'별그대' 덕에 쫄깃했던 농심…늘어진 주가 면발에 '울상'

입력 2015-01-07 14:07  

[ 권민경 기자 ]

지난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덕에 쫄깃했던 농심 주가가 최근 부쩍 탄력을 잃었다.

주력사업 부문인 라면의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진데다 원화 약세도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증권가에선 올해도 라면 점유율 반등이 쉽지 않아 이익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맛 없어진 주가가 제 맛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우세한 전망이다.

◆ 30만원 뚫었던 주가, 20만원 초반으로 '뚝'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내내 20만원 중반대를 맴돌던 농심 주가는 올 들어 20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전 10시4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3500원(1.44%) 내린 23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크레딧스위스(CS), 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도 주문이 유입됐다.

농심 주가는 지난해 중반까지 '별그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국내를 넘어 중국에서도 열풍을 일으킨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역)과 천송이(전지현)가 농심 신라면을 끓여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했다.

당시 중국 내 농심 라면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주가는 30만원 위쪽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라면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며 주가도 덩달아 힘을 잃었다.

한때 국내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던 농심은 2위 업체의 거센 공세에 밀려 최근 점유율이 50%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 사이 경쟁자인 오뚜기는 야구선수 류현진을 진라면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강력한 할인 정책을 편 덕에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렸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면 점유율 하락으로 지난 4분기 농심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를 밑돈 것으로 보인다"며 "1위 업체인 농심은 2위 업체만큼 가격 할인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힘들어서 당분간 경쟁 환경은 2위 업체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익 정상화를 위해서는 라면 점유율이 반등하거나, 주력 제품의 가격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후발 주자들의 가격 할인 경쟁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농심의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이를 반영해 농심의 목표주가를 33만6000원에서 26만6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도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 음식료주(株) 맛없어…턴어라운드 기업에 주목

음식료株가 전반적으로 맛없어진 것도 농심 주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수요 부진과 가격 약세로 인한 성장 부재 속에 환율과 곡물가격 변동성까지 겹치며 음식료주의 수익성 개선 여력이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음식료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도 15배 이상으로, 코스피 대비 프리미엄이 50% 수준으로 높다는 지적.

정성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소비둔화와 유통 규제 등으로 올해 음식료주의 매출 성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익 모멘텀 역시 크지 않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음식료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 음식료주에 대한 투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 개선이 가능하거나, 기업화·대형화를 통한 턴어라운드(회복)가 기대되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며 CJ제일제당팜스코 등을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 꼽았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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