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영역파괴 '바람'④·끝] 국경 넘어 해외로…'요우커'부터 '직구·직판'까지

입력 2015-01-09 10:42  

유통업계의 영역파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성향은 더 강해졌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 직접구매가 늘어나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를 필두로 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등 국경도 무너지고 있다. 이 같은 영역 파괴와 융합이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4편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국내외 소비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직판'(직접 구매·직접 판매)으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이 채웠다.

중국인 관광객은 이미 국내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자리잡고 있다. 한류 열풍과 지리적인 이점, 미용용품부터 고급명품까지 다양한 상품군이 요우커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반면 인터넷·모바일 쇼핑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들은 아예 해외 시장을 동네 슈퍼마켓마냥 오고간다. 인터넷 쇼핑을 하는 소비자 10명 중 4명 이상은 이미 직구를 경험했다. 옷·신발 등 의류부터 건강보조제, 식기, 주방도구, TV 등 가전기기까지 직구 상품도 다양하다.

소비자가 움직이자 판매자들도 따라 해외 시장 직판에 나섰다. 개인 인터넷 쇼핑몰부터 기업체가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전문몰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 먹구름 낀 유통가에 비친 한줄기 빛 '요우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침체일로인 국내 유통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2009년 약 134만명에 달했던 중국 관광객 수는 2013년 약 433만명으로 3.2배 증가했다. 2014년에는 610만명으로 41% 가량 늘었다.

삼성증권은 중국인 관광객이 홍콩의 중국인 관광객 규제, 중·일 대립구도 강화, 중국 내 신한류 열풍 등으로 2018년 1037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9년보다 7.7배, 지난해보다는 70%나 증가한 수치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2009년 21억 달러였던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지출금액은 2013년 68억 달러, 2018년 250억 달러로 2009년 대비 11.9배, 2013년 대비 3.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50억 달러는 2013년 국내 소매판매총액(350조원)의 7.3%에 해당하는 거대한 규모다.

이같이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면세점들의 실적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4조 원을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3년 3조6000억 원 대비 15%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에는 중국인 크루즈 여행이 확대 등에 맞춰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롯데 측은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라면세점의 매출이 2조6000억원으로 2013년 대비 24.7%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인 관광객의 효과도 면세점에서 다른 유통 채널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 중 절반 이상이 '자유여행 일정'을 택하고 있기 때문. 쇼핑 장소도 기존 면세점에서 백화점, 아울렛 등 다른 유통채널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중국인 총액매출(은련카드 기준)은 2012년 약 868억 원에서 지난해 3770억 원으로 3.3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소비자들이 떠난 자리를 중국인 관광객들이 채워고 있는 셈.

한국을 두 차례 이상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늘어나면서 서울 강남지역으로도 쇼핑 장소가 확대됐다. 명동으로 대표되는 강북 지역을 벗어나 현대백화점 무역센타점이나 제2 롯데월드몰 등 강남권으로도 중국인 관광객이 옮겨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아울렛 방문은 단체 여행객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주요 아울렛 점포에서는 '부가세환급'(텍스리펀드)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등 수요가 늘어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 급성장 하는 '해외 직구'…올해 시장 규모 20조원 육박할 듯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9일 해외 배송대행 사이트 몰테일(메이크샵)에 따르면 지난해 직구 배송대행 신청 건수는 164만건으로 전년(110만건)보다 1.5배가량 늘었다. 올해는 전년보다 2배 정도 늘어난 300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송대행이란 소비자가 직구로 주문한 물품을 해외에서 대신 수령한 뒤, 한국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2009년 3만명에 불과했던 배송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몰테일 가입회원 기준)는 지난해 약 34배 늘어난 101만명을 기록했다.

이용자 증가에 따라 시장 규모는 갈수록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09년 17억 달러(약 1조8700억 원)에 불과했던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2013년 104억 달러(약 11조4077억 원)로 6배 이상 커졌다. 올해는 178억 달러(약 19조52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미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것도 해외 직구 이용자가 급증하는데 한 배경이 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을 해본 사람 10명 중 4명(41.6%)은 해외 직구를 경험했다. 이용자들이 한해 해외직구를 통해 쓰는 금액은 약 47만 원으로 조사됐다.

직구 이용자들은 미국 오픈마켓인 아마존이나 갭, 랄프로렌 등 브랜드 전문몰에서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는 상품들이나 할인 상품들을 주로 샀다.

해외직구로 사들인 상품 종류(복수응답)로는 가격대가 저렴한 '의류·신발·스포츠용품'(50.8%)과 '건강 기능상품·식재료'(35.1%)가 가장 많았다. 이보다 가격 단가가 비싼 '화장품'(23.7%), '핸드백·가방·액세서리'(21.5%)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목록통관확대로 의류, 신발 등 기존 6개 품목에 관부가세 면제가 가능해지면서 가방, 잡화, 가전제품 등으로 구입 가격대가 좀 더 올라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 열풍이 거세지면서 구매하는 품목도 점차 다양해지고 구매단가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해당 제품들의 국내와 해외 구입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한 해외 직구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해외 직판도 증가세…직판 전문몰도 늘어나

직구뿐 만이 아니다. 해외에서 한국 제품을 해외로 직접 판매하는 '직판'도 증가세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 등 쇼핑몰에 일부 상품을 입점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직접 직판 전문몰을 만드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직판 쇼핑몰로는 'OKDGG'와 '메이크글로비' 등이 있다. 모두 몰테일(메이크샵)에서 개인이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매출은 2013년 대비 2.8배 증가한 80억 원 수준이다. 올해 매출은 이보다 2.5배 정도 늘어난 200억 원으로 전망된다.

직판 쇼핑몰의 구매자 중 68%는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중화권 소비자들이다. 이어 미국(16.9%), 일본(4.9%) 수준이다. 의류, 가방, 화장품, 한류 상품 등이 주요 판매 품목이다.

기업들도 발빠르게 직판 전문몰을 운영하는 곳이 생겨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하우스의 직판 전문몰을 운영 중이다. 중국, 일본에 각각 2013년과 2012년 에뛰드하우스 쇼핑몰을 열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중국, 일본 외 지역 구매자를 위한 '글로벌 쇼핑몰'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글로벌, 일본, 중국 쇼핑몰이 모두 지속적으로 높은 구매율을 보이고 있다"며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당 쇼핑몰을 통한 구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지난해 상반기 중국어·영어로 직판 사이트를 개설,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쿠론, 럭키슈에뜨, 슈콤마보니, 시리즈, 커스텀멜로우, 쿠아 등 6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LF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 영어와 중국어의 언어 지원을 추가했다. 제일모직한섬의 '덱케', 엠티콜렉션의 '메트로시티' 등 잡화 브랜드도 해외 직판 전문몰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판 쇼핑몰 운영자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들은 언어지원부터 배송 문제, 소비자 민원 해결 등 해외 구매자들에 대한 서비스가 의외로 미흡하다"면서 "경계가 없는 인터넷 시장이라고 해도 상품이 저절로 팔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해외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이민하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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