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이 울었다…위메프 정직원의 자격은

입력 2015-01-09 14:07  

[ 오정민 기자 ]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수습사원에 대한 '갑의 횡포'로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정사원 합격의 기준이 신규 계약 10건 달성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재차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신입 지역영업기획자(MC) 채용 과정에서 수습사원 11명에게 2주간 정직원 수준의 현장실무 업무를 수행하게 한 후 전원을 탈락시켰다. 이후 이 사실이 구설수에 오르자 지난 8일 해당 수습사원 전원을 최종 합격 처리하기로 번복 결정을 내렸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사진)는 "진정한 지역 마케팅 전문인력을 선발하고자 3차 최종 현장 테스트를 치렀고 그 통과 기준을 최고수준으로 정했다"며 "(이에 참가자들이) 열심히 성과를 내줬지만 결국 한 사람도 최종 합격자를 선발시키지 못했다"고 보도자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다.

박 대표가 생각한 '완벽하게 준비된 진정한 지역 마케팅 전문인력'은 어떤 인물일까.

신입사원으로 공모한 지역영업기획자는 소셜커머스 등 일부 업태에서만 볼 수 있는 영업직군이다. 지역의 음식점, 미용실, 카페 등 매장과 연계한 딜(deal)을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발로 뛰며 영업을 하는 게 주 업무다.

박 대표는 사과문에서 "의도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마케팅 인력의 구체적인 통과 기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영업기획자는 학력과 관계가 없는 영업직군으로 적극적인 성향의 인재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수습과정 후 일부 인원이 입사 포기 혹은 탈락될 수는 있으나 전원 탈락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또한 탈락 통보를 받았던 한 수습직원은 지난 8일 YTN라디오에 출연, 수습입사 당시에는 위메프 측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기준으로 평가해 절반 가량을 입사시킬 듯 얘기했으나 실제로는 절대평가 기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수습직원은 "위메프 인사팀에서 탈락 당시 회사 규칙상 신규 계약 10개 미만자는 채용이 안 된다고 전했다"며 "지인에게 듣기로는 기존에 있던 직원도 2주간 신규 계약 10건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주장에 따르자면 경력직원도 아닌 신입사원에게 신규 계약 10건이란 실적을 입사 조건으로 들이민 셈이다. 위메프는 수습 전원에게 채용 불가 통보를 내렸지만 지원자들이 계약 맺은 점포의 할인 상품은 홈페이지에서 판매했다.

이에 대해 위메프 관계자는 "채용과정에 있어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던 점에 통감한다"는 대답과 함께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위메프가 수습사원 전원에게 최종합격 결정을 내렸으나 일부는 입사를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오에 출연한 수습직원은 "전에 다니던 직장이 있었는데 (위메프 수습채용) 합격된 것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며 "카카오톡 등으로 (번복에 따른 ) 최종합격 연락은 받았지만 다시 간다는 건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위메프가 이번 수습사원 탈락 사건 뿐 아니라 직원에 대한 '갑의 횡포'가 빈번했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전 위메프 수습직원이었던 한 누리꾼은 2~3주만에 탈락 통보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고, 전 직원이었던 누리꾼도 사내 문화에 대한 비판글을 게시다. 2011년 위메프가 영업인력을 중심으로 200명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사실도 재조명받고 있다.

위메프가 부랴부랴 수습사원 최종합격 결정을 내리고 신입사원 선발제도를 변경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설립 불과 5년차인 위메프가 상대적 약자인 취업준비생에게 보여준 '갑의 횡포'에 불매와 탈퇴 운동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견이 인터넷상에 확산되고 있다.

취업준비생에 대한 기업의 횡포는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폐이기도 하다.

지난 패션업체 인턴 등이 주축이 된 패션노조는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이상봉 디자이너를 '2014년 청년착취대상'으로 선정했다.

패션노조는 "이 디자이너가 '견습 월급 10만원, 인턴 월급 30만원, 정직원 최저 임금 이하 채용'과 같은 방식으로 청년들의 열정과 노동을 착취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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