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럽 수출價 인하…美, 재고 늘어도 감산 안해
"공급 줄면 2년내 가격 폭등"…低유가 후폭풍 우려도 커져
[ 이심기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 제1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세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최저 생산원가를 앞세워 미국을 포함한 비(非)OPEC 국가들을 압박, 강력한 시장 주도권을 계속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원유 재고량이 늘고 있지만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유가 하락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사우디·미국 “감산 없다”
6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은 이날 대국민 연설문을 통해 “저유가의 도전을 강력한 의지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둘라 국왕은 “저유가로 인한 국제원유 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지만 이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며 “과거에도 강한 의지와 지혜, 경험을 통해 이런 상황을 넘겨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문은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이자 사우디 부총리 겸 국방장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제가 폐렴으로 입원 치료 중인 국왕을 대신해 낭독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11월 OPEC 석유장관회의에서 일부 회원국의 감산 요구를 일축했고, 이후 석유부 장관이 나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추락하더라도 감산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최근에는 유럽 수출가격을 인하하는 등 가격 공세까지 강화하고 있다.
미국도 재고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시행한 조사에서 시장전문가들은 원유 재고량이 3억8620만배럴로 전주에 비해 70만배럴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프라이스 퓨처그룹의 필 플린 시장분석가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가 이어지면서 공급과잉 상황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와 미국의 대결 국면이 지속되고, 달러 유동성 확보에 쫓기는 러시아와 나이지리아 등 신흥국이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수급은 이미 깨져버린 상태다. OPE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12월 회원국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3024만배럴로 7개월 연속 할당량인 3000만배럴을 넘었다. 비OPEC 국가의 물량까지 포함하면 시장에 하루 평균 150만배럴의 공급 우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가폭락 반작용 우려도 제기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제 유가의 단기 폭락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년엔 원유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날 저유가로 원유 공급량이 급속히 줄면서 향후 18개월 내 유가가 2배로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유가 급락 후 1년 이내에 예외 없이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며 올 1분기까진 하락세가 지속되겠지만 이후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 수요가 몰리는 연말로 갈수록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내년에는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올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미국의 석유메이저들이 투자비를 20~50% 삭감하고, 추가 원유 생산을 위한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공급 능력이 급감할 경우 순식간에 공급 부족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신흥시장 투자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브렌트유 가격이 올 연말에는 배럴당 90달러 이상 또는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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