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피하자"…고소득자, 법인 전환만 부추긴다

입력 2015-01-0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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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소득탈루 막기 위해 도입한 성실신고확인제

정부 '풍선 효과' 대책 고심
세율 38%→20%로 낮아지고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까지

7만명 육박하던 신고대상자
법인전환 속출…1600여명 줄어



[ 임원기 기자 ]
서울 중계동에서 3년 전 학원 사업을 시작한 박모씨는 지난해 학원이 번창하면서 매출이 급증하자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반납하고 법인사업자로 전환했다. 학원 사업의 경우 개인사업자로 매출 5억원을 넘으면 성실신고확인제 대상자가 돼 세무사를 통해 소득 내용을 증빙해야 할 뿐 아니라 세무조사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최고 세율이 38%에서 20%로 대폭 낮아져 세금 부담도 줄었다.

9일 국세청에 따르면 세무당국의 깐깐한 세무조사, 사후검증을 피하고 세금부담도 낮추기 위해 법인으로 전환하는 고소득 개인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 395만명에 달했던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 사업자 수는 2013년 435만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56만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중 이들의 수입금액(매출)은 826조원에서 870조원으로, 납부한 세금도 8조2999억원에서 10조9013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인 성실신고확인제 대상자 수는 오히려 6만9556명에서 6만7937명으로 1600명가량 줄었다. 매출도 이 기간 중 198조원에서 181조원으로 감소했다.

개인사업자 수가 늘어나고 전체 수입금액도 커지는 가운데 성실신고확인제 대상자만 줄어든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소득 개인사업자 중 상당수가 세금 부담을 피해 법인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성실신고확인제 대상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처음 도입된 성실신고확인제도는 개인사업자의 소득신고를 법인 수준으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업종별로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사업자는 세금신고 전 세무사에게 기장 내용의 정확성을 확인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일일이 증빙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세무당국의 관리대상 목록에 오르게 된다. 도소매업의 경우 매출 20억원 이상, 제조업이나 음식·숙박업 등은 10억원 이상, 부동산임대업, 교육서비스업(학원) 등은 매출 5억원 이상이 기준이다.

이 제도는 소득 탈루 가능성이 높은 개인사업자의 납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세무사 비용 등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신고 기한이 한 달 늘어나는 등 혜택도 주어진다. 하지만 위반 시 가산세가 부과될 뿐 아니라 세무조사 대상자에 포함돼 납부 내역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다. 개인사업자들에겐 세금 부담이 더 커지는 셈이다.

정부는 개인사업자들의 성실 신고·납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성실신고확인제도가 이 같은 ‘풍선 효과’를 낳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 개인사업자의 법인 전환이 확대될 경우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수입 규모가 큰 개인사업자라도 법인으로 전환하면 기업 규모가 중소기업에 불과해 오히려 세무조사 유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법인전환 시 세금 부담도 줄어든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최고 38%에 달하는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법인 전환 시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세율도 20%로 낮아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소득 개인사업자들 가운데 세무조사 부담 등을 피해 법인사업자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국세청이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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