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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대량 매각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실탄마련이 목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에 이어 올 들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SK와 롯데, 한화 등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큰 주요 그룹으로도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를 갖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선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3세 경영 승계의 핵심과제로 꼽혀 왔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정 부회장이 지분 31.88%를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판 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해 왔다.
정 회장 부자가 파는 주식 물량은 현대글로비스 하루 평균 거래량으로 따지면 약 130일치로 일반적인 블록딜(20~30일치)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다. 규모에 비해 할인율(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주식가격을 일부 깎아주는 것)이 높지 않아 정 회장 부자는 약 1조3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현대모비스 지분 4% 가량을 살 수 있는 자금이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지분 0.67%까지 합치면 5% 가량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지분 매각이 완료하면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정 회장 부자 지분은 30%로 낮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세금납부, 정 부회장은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과세 부담은 줄이는 일석삼조의 거래"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주에 ‘훈풍’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주들이 다시 한번 연초 증시의 테마로 떠오를 전망이다.
SK그룹에서는 SK C&C가 열쇠를 쥐고 있다. SK C&C가 SK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에서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태원 SK 회장이 SK C&C의 최대주주(32.8%)다. SK C&C 주가는 최근 1년새 84.6% 뛰었다.
롯데그룹에서는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주요 임직원에서 모두 해임되면서 후계구도와 지배구조 변화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형제 간 지분율이 비슷해 정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식품과 유통 등 51개 순환출자고리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며 “현금이 많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의 경우 지난해 세 아들이 모두 그룹 경영 전선에 뛰어들면서 이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한화S&C의 역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주회사 격인 한화에 대한 3세 지분 보유율이 8%도 안 돼, 한화S&C와의 합병 가능성이 나온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S&C가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삼성그룹의 제일모직, SK그룹의 SK C&C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효/윤정현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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