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상승·글로비스 하락, 그룹 재편에 '암초'

입력 2015-01-13 13:55  

"엇갈린 주가 유력 시나리오에 모두 부정적"


[ 한민수 기자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의 매각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유력한 안으로 떠오른 그룹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들이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다.

13일 현대차그룹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가 추진했던 글로비스 지분매각이 무산됐다. 시가 대비 7.5~12%라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큰 물량과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 등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재 총수일가는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을 승계해야할 정의선 부회장은 모비스 지분이 없어, 승계작업을 위해 이번 매각자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를 유력하게 봤었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32%를 보유한 최대주주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대모비스보다 높은 주가수준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매각 시도는 총수일가가 합병안보다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승계 및 지배구조 재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을 불러 왔다.

이러한 해석이 반영되면서 이날 오후 1시14분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하한가로 추락했다. 현대모비스는 11%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됐다면 정 회장 부자는 양도세를 제외하고 1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이노션 지분을 매각한 것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이는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5.6%의 가치와 맞먹는다. 때문에 정 회장 부자가 현대제철 보유지분을 사오는 안이 유력하게 예상됐었다. 이 경우 '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 하나도 끊어지게 된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의 급락으로 매각 재추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25만5000원까지 떨어지면서, 현재가 기준 이번 매각 시도 지분의 가치는 1조1276억원(12% 할인 적용)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주가가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현대제철 보유지분을 다 사오기 위해서는 더 많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거나, 다른 곳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총수일가가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안을 다시 검토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나리오에도 모비스 주가의 상승과 글로비스의 하락은 좋지 않다. 합병을 하게 되면 양사의 기업가치에 따라 합병비율이 정해지게 되는데, 글로비스 주가가 하락(기업가치 하락)할수록 정의선 부회장이 가져올 수 있는 모비스 지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의 대전제는 총수일가가 모비스 지분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매각 시도로 총수일가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 가능성과 모비스의 역할이 부각된 만큼 유력 시나리오에 부정적인 양사의 주가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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