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인간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동물이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상상을 기반으로 한 발명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다. 상상은 사상과 사회의 발전도 가져왔다. 이 상상을 갑자기 금지한다면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설가 권리의 장편《상상범》(은행나무 펴냄)은 상상이 범죄가 돼 버린 미래 세계를 다룬 블랙 코미디다.
2322년 연합공화국 우라질은 모래 폭파 실험의 여파로 소규모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교도소는 한 침대를 열세 명이 나눠 써야 할 지경이 됐다. 결국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 수 없다며 살인이 아닌 범죄는 모두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죄완화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다.
이 사회의 유일하다시피 한 대기업 로텍(Lawtech)은 형사 재판, 교도소 사업 등으로 몸집을 키운 회사다.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 로텍은 ‘범죄의 원천 봉쇄’라는 명목으로 모든 상상을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낸다. 연극배우 기요철은 이 법에 걸려든 불쌍한 주인공이다. 어느 날 꿈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여자를 만난 그는 여자를 구해낸 뒤 저도 모르게 진한 밤을 보내는 상상을 한다. 즉시 기소된 그는 집행유예 판결과 함께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다. 너무 황당하다는 생각을 한 요철은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상상금지법을 다룬 연극이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해 나간다.
상상을 금지한다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지만 최근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공격도 어찌 보면 상상에 대한 공격이다. 거대 권력이 사회를 지배하고 상상이 위협받는 시대는 지금이라는 듯한 따끔한 목소리가 들린다. 272쪽, 1만2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