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Movie] 유리창이 깨지면 생산이 늘고 경제가 발전한다? '보이는 것'에만 함몰되면 '나쁜' 정책을 만든다

입력 2015-01-16 17:40  

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9) 바스티아의 '법'



바스티아의 ‘법’은 자유주의 입문서이자 필독서다. 짧은 데다 쉽게 읽을 수 있어 금상첨화다. 첫 번째 장(章)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이어 ‘법’ ‘재산권과 법’ ‘정의와 박애’ ‘국가’의 순으로 이어진다.

소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의 핵심은 법과 국가와 개인의 관계다. 바스티아에게 국가는 시민들이 각자 스스로를 지킬 권한을 대행해주는 존재일 뿐이다. 법은 그 임무를 하기 위한 도구다. 바스티아의 말을 직접 인용해보자.

“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각 개인들의 자기방어권을 집단화한 것이다.” 국가가 있든 없든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방어하고 지킬 권리가 있다. 국가란 시민들로부터 그 방어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이 바스티아의 견해다.

이렇게 국가가 시민 각자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켜주는 일에 충실하다면 인간 사회는 평온과 풍요를 구가할 것이다. 각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도 질 것이다. 바스티아에게는 그것이 바로 정의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법이 타락하기 시작한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살기보다 남이 생산한 것에 편승해 살려는 사람들이 문제다. 정치인은 그런 사람들에게 공짜로 살 수 있는 ‘법’을 만들어주겠다며 표를 얻는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나눠주는 ‘법’을 만든다. 각자의 것을 지켜줘야 할 법이 누군가의 것을 약탈해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법의 타락이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정치인에게 자신을 위한 법을 만들어 뭔가를 베풀어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정치인은 그들에게 법을 만들어주고 표를 얻는다. 우리는 복지, 보호, 지원 등의 이름으로 부르지만 그 본질은 약탈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시민 각자가 타고난 자신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이 지켜지는 것이 정의며, 그 정의를 집단화해 놓은 것이 제대로 된 법이고 국가다. 법에 그 이상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법은 정의가 아니라 오히려 약탈의 도구가 돼버린다.

이상이 제2장부터 5장까지의 내용인데, 이 책은 흥미롭게도 조금은 이질적인 내용을 제1장으로 내놓고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의 이 장은 경제학의 기본인 기회비용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한다. 그의 설명은 깨진 유리창 이야기로 시작한다.

당신 아이가 당신 집의 유리창을 깼다고 해보자. 당신은 새 유리창을 끼워야 할 것이고 그러자면 유리공장의 생산이 늘어날 것이며 거기서 고용이 늘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스티아가 말하는 ‘보이는 것’이다. 보이는 것만 생각하면 마치 유리창을 깨는 것은 좋은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당신은 유리창을 살 돈으로 옷을 샀을 것이고 옷 생산이 늘어나 고용이 창출됐을 것이다. 바스티아는 그것을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불렀는데, 대다수의 사람이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고려할 경우 유리창을 깬 것은 해로운 행위다.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유리창과 옷, 두 가지 모두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이는 효과만을 추구하는 정책을 펴곤 한다. 일자리를 만든다면서 세금을 거두어 실업자를 고용하는 것도 그렇다. 그 세금을 내는 곳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가 파괴됐을 텐데도 말이다. 보호무역이라는 것도, 산업지원 정책이라는 것도 대부분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해로운 정책들이다.

이 책 이래서 권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의 추락 막을 방법을 이 책에서 찾았으면…”

우리 젊은이들이 염치를 아는 시민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한다. 국가의 정당한 역할은 우리 각자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켜주는 것이다. 시민이 국가에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꼭 그런 요구를 해야겠다면 스스로 세금을 낼 각오도 해야 한다. 요구만 하고 그 부담은 지지 않으면 재정은 파탄 나고 국가부도의 상태로 치닫게 된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의 추락은 국민이 염치를 모르고 타락했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도 국가에 대해 염치를 모르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그 돈을 대느라 국가 부채가 급증했다. 한국의 추락을 막으려면 국민 각자가 염치를 아는 사람으로 변해야 한다. 바스티아의 법은 읽는 사람을 도덕적이고 염치를 아는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자화자찬을 하나 보태자면 번역도 깔끔하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다.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 중 하나이기에 미래 세대에게 강하게 추천한다. 세상 보는 눈을 단번에 키워주는 것은 물론, 책 읽는 재미를 새삼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정호 <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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