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자재시장 뒤흔드는 中 헤지펀드

입력 2015-01-16 21:18   수정 2015-01-17 03:48

'중국의 소로스' 예칭쥔이 구리값 급락세 주도
구리 선물 매도…차익 챙겨

FT "美 투자자보다 공격적…납·알루미늄 등 금속시장 카오스로 몰아가고 있다"



[ 노경목 기자 ] “중국 헤지펀드가 세계 금속시장에 ‘카오스(혼돈)’를 몰고 오고 있다.”

구리선물 가격이 지난 14일 3년 만에 최대 낙폭인 5.2% 급락하며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에 대한 16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이다. 중국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선물 매도에 시장이 요동쳤다는 설명이다. 주모자로는 카오스를 뜻하는 훈둔(混沌·혼돈)자산투자와 ‘중국의 소로스’로 불리는 예칭쥔이 운용하는 둔허자산투자가 지목됐다. FT는 이들의 움직임이 구리는 물론 납과 알루미늄 등 전체 금속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자보다 공격적

런던금속거래소(LME)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는 14일 LME에서 시작해 상하이선물거래소까지 옮겨가며 구리 선물을 집중 매도했다. FT는 “최근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이들의 베팅은 ‘아름답게’ 들어맞았다”고 분석했다. 한 LME 선임 트레이더는 “흔히 미국계 헤지펀드가 공격적이라고 하는데 중국인은 그것보다 세 배는 빠르고 큰 규모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들 펀드가 정확히 얼마의 구리 선물을 매도했는지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중국계 헤지펀드가 원자재 시장에 갖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사태로 중국계 헤지펀드 전략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선물거래사 INTLFC스톤의 에드워드 마이어 트레이더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원자재 가격을 정하면 미국과 중국은 따라온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흐름이 아시아 쪽에 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소로스’ 예칭쥔

이번 구리값 급락을 주도한 훈둔자산투자는 2005년 상하이에서, 둔허자산투자는 2009년 닝보에서 창업했다. 둘 다 상품선물부터 주식까지 모두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투자 내용과 영역별 투자 규모는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둔허자산투자를 이끌고 있는 예칭쥔은 각종 선물 투자로 2003년 10만위안(약 1732만원)을 10년 만에 100억위안(약 1조7300억원)까지 불린 인물로 유명하다. 철도 노동자 출신으로 1990년대부터 붉은팥 등 상품 선물 투자를 시작한 예칭쥔은 일찍 선물계의 숨은 고수로 불렸다. 1998년 중국 정부가 선물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큰 손실을 입어 2002년 거의 빈털터리가 됐다.

하지만 2003년 집을 담보로 마련한 10만위안으로 투자한 콩 선물이 이후 이어진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큰 수익을 내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예칭쥔은 동과 고무, 면화까지 투자하는 상품 선물마다 수익을 내며 자산을 불려갔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때는 동 등 주요 원자재를 공매도하는 전략으로 2012년에는 30억위안의 수익을 올렸다.

중국 금융망은 “예칭쥔은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그에게 의견을 주고 투자를 실행하는 40여명의 가신그룹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없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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