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속에 국제유가 하락세가 가속화되면서 정유화학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됐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1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LG화학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컨센서스)는 각각 5조4534억원과 305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2%와 3.57% 줄어든 것이다.
박건태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국제 유가 급락세와 정기 보수 비용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가 불가피하다"며 "국제유가 반등 등을 포함한 업종 개선세가 나타날 1분기 이후에나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연초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던 서부텍사스원유(WTI)가격은 현재 50달러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하향 곡선을 걷던 국제유가는 공급 과잉의 지속과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불가' 결의 등으로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국제유가 급락은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에 직격탄이 됐다. 공급 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화학 제품들의 판매 가격과 원료 가격이 동시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료와 제품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과정에서 정유화학 업체들이 높은 제조 원가를 투입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LG화학 등 사업다각화를 이룬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익성 선방에 나서고 있지만 성장을 얘기할 환경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2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3% 감소가 예상된다. 매출액은 14.31% 줄어든 3조4852억원. 당기순이익만 862억원으로 예상돼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봤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과 수요 지연, 재고평가손실 등 일회성 비용으로 4분기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올 상반기 유가가 안정화되고 중국 수요가 늘어나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정유 업체들의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화학 업체들보다 유가 하락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서다. 지난해 국내 원유 재고 평가손실액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6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매출액도 9.55% 감소한 14조4981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S-Oil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각각 6조4523억원과 873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9.79% 감소, 영업손실 규모는 더 확대된 수치다. 당기순손실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유 업체들은 유가 하락에 재고평가 손실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 고민이다. 업체들의 정제 마진이 지난해 상반기 이후 적자로 돌아선 이후 다른 사업으로까지 손실이 번지고 있기 때문.
정유 업체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구매한 뒤 수입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시일이 보통 두 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가 하락 속도가 가파를 수록 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정유 업체들의 이익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 분기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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