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CB 기대감 '고조'…국내 증시 구원투수될까

입력 2015-01-19 11:07  

[ 박희진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높아진 시장 기대만큼 강력한 '양적완화' 카드로 국내 증시에 상승동력(모멘텀)을 제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08포인트(0.96%) 오른 1906.21을 나타냈다.

코스피가 급락 하루 만에 반등에 나선 데는 ECB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 거래일 코스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된 스위스중앙은행(SNB)의 고정환율제 폐지가 ECB의 양적완화 사전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SNB는 환율 하한선인 1.2프랑 방어를 위해 2011년 9월부터 스위스프랑을 매도하고 유로화를 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지난 15일 SNB는 유로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에 따른 유로화 매입 부담을 이유로 지난 3년간 유지해온 최저환율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SNB의 이번 결정을 두고 향후 유로화의 추가 급락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소연 한국투자 연구원도 "SNB의 결정은 ECB의 양적완화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유럽연합(EU) 헌법재판소의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OMT) 합헌 판결로 양적완화 실시 가능성이 높아졌고, 시장 개입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ECB 통화정책 회의를 1주일 앞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중대한 통화정책 변경을 국제 사회에 아무런 통보 없이 단행했다는 것은 유로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을 높겨 평가한 일종의 긴급조치"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4일 유럽사법재판소가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에 대해 합법성을 인정했다는 소식도 ECB의 양적완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독일 정부는 OMT가 재정적자 국가에 대한 재정지원을 금지한 유로존 조약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해 달라고 유럽사법재판소에 청구했었다. OMT는 ECB가 유로존 국가들의 1~3년물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무제한 매입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ECB통화정책회의에서 50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따라 국내 증시도 분위기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유로화 약세에 따른 유로존 기업들의 실적 호조 등 유럽 경기 회복도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ECB가 양적완화 시행을 발표하면 적어도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부재라는 한 가지 걱정거리는 덜게 된다"며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이 전형적인 회복 사이클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초부터 유럽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했다. 적극적인 통화정책 부재로 인한 신용 창출 실패와 우크라이나사태 악화, 지속되는 재정긴축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ECB의 양적완화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로화 약세로 수출이 더 침체되고,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시장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면 오히려 악재가 될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가파르게 진행 중인 원·유로 환율 하락과 맞물리며 국내 증시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수출의 9%를 차지하는 유럽연합으로의 수출이 원·유로 환율 하락으로 부진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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