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의 마이스산업, '무늬만' 세계 3위…글로벌 경쟁력 키우려면

입력 2015-01-20 07:01  

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MICE산업

이창현 <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ICEM) 부원장 >



지식경제 사회로의 진전이 지속되면서 지식과 정보교류의 활성화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MICE 시장은 지난 10년 간 50%나 성장했다.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MICE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어지면서 투자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세계전시산업협회(UFI)에 따르면 세계 전시장 공급면적은 2006년 2920만㎡에서 2011년 3260만㎡로 12%(340만㎡) 늘었다.

MICE 인프라에 대한 투자확대는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향후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뜻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성장은 고사하고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MICE산업이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MICE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인프라의 집적화와 복합화를 통해 인프라 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 창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MICE 행사도 숙박, 식음료, 쇼핑, 오락 등 연계 시설이 없으면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없는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행사 유치도 중요하지만 참가자의 체류 기간이나 소비 지출을 늘려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싱가포르, 런던, 시드니, 뉴욕, 브뤼셀 등이 MICE 시설의 복합화와 집적화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제회의 복합지구와 집적시설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MICE 관련 시설의 집적화와 복합화를 통해 인프라의 국제 경쟁력 향상은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둘째, 국제회의기획업체(PCO), 전시기획업체(PEO)와 같은 MICE 업체의 수익성 강화와 경영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 기업체 수와 규모는 늘었지만 세계적 수준에는 한참 모자라고 수익성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글로벌 전시기업 리드(Reed)의 연 매출은 한화로 1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국내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이 한 곳도 없다. 기업의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수 인력 확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미 열악한 근로여건에 열정을 잃은 우수 인재들이 MICE산업을 외면하고 있다. 세계 3위의 MICE 국가 대한민국에 왜 세계 30위권에조차 근접한 PCO와 PEO가 단 한 곳도 없는지는 정부와 업계 모두가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이다.

셋째, 컨벤션뷰로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내 컨벤션뷰로 대부분이 국제 MICE 행사 유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조직, 인력, 예산 등의 한계로 컨벤션 서비스, 관광연계 및 세일즈, 방문객 지원서비스와 같은 부가가치 창출에는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 국내 MICE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려면 지역 컨벤션뷰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확대해 해외 선진 컨벤션뷰로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해야 한다. 지역 MICE산업 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조직의 기능이 활성화돼야 MICE산업의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세계 3위라는 성적에 도취되지 말아야 한다. 대신 MICE산업의 전 영역에서 그만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절한 투자와 정책이 집행돼야 할 것이다.

이창현 <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ICEM)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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