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편 틈타 목소리 높이는 노조…고용보장해도 매각 결사반대

입력 2015-01-21 21:29  

삼성테크윈·탈레스·토탈·종합화학 노조 '매각 반대' 공동집회

'삼성 4社' 한화 매각 결정에 노조·비대위 설립 잇달아
삼성테크윈엔 복수노조 등장

단협 부결시킨 현대重노조, 사무직노조 설립 지원 나서

"사업조정 무조건 반대는 불필요한 경영 간섭"



[ 정인설/강현우 기자 ]
“근로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빅딜을 진행 중인 만큼 회사 매각은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삼성테크윈 노동조합)

연초부터 대기업 노조가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추진된 인수합병(M&A)에 반발하거나 임금체계를 바꾸려는 회사 움직임에 난색을 보이며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노조들은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단체행동이라고 하지만 권익 증진을 위한 강성 투쟁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조의 투쟁이 격화되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무력화될 수 있어서다.

◆“명분 없는 반대” vs “생존권 투쟁”

작년 11월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등 네 개 회사 근로자 400여명은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 모여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4개사 공동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경영 여건이 급속히 나빠져 어쩔 수 없이 단행된 사업 조정이 아닌 만큼 삼성은 무리한 빅딜을 당장 취소하고 미래전략실을 통한 불법적 관계사 경영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창길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한화그룹이 약속한 고용 보장은 믿지 않기 때문에 삼성에 매각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며 “29일에 4개사의 조합원 1000여명을 모아 다시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4개사 근로자들이 회사 매각에 따른 위로금을 받을 목적으로 강경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10월 옛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전량을 코닝에 넘길 당시 원하는 직원에 한해 삼성의 다른 계열사로 보내준 것과 달리 이번엔 그런 조치가 없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테크윈 등 한화가 인수하는 삼성 4개사 인력은 7300여명으로 삼성코닝의 두 배 수준이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A로 소속이 바뀌는 건 넓은 의미에서 근로조건 변경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근무 조건이 같고 고용이 보장되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조정을 노조 세력화 계기로 활용

삼성이 한화에 4개 계열사를 매각하기로 한 작년 11월 이후 삼성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이 노조를 설립했고 삼성탈레스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삼성테크윈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산별노조와 상급단체가 없는 기업 노조가 잇달아 생겼다. 한 달여 만에 각각 1000명, 15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한 두 노조는 회사 매각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사내 노조 간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일반사무직 노조 설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회사의 구조조정을 틈타 노조의 세력화를 꾀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회사에 성과급 지급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2일 통상임금 관련 쟁의안을 가결시킨 뒤 21일부터 단체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 노조는 각각 사측의 생산라인 조절과 공장 외주화 등에 반발하고 있다. KT와 금융권은 명예퇴직을 둘러싸고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노조가 고용 보장을 약속받은 상황에서 매각이나 사업 조정에 반대하는 것은 불필요한 경영 간섭”이라며 “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린 경영 판단은 노조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강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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