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이어 '13월의 세금'까지…대형마트 매출 18% 급감

연초부터 소비심리 '꽁꽁'

연말정산 환급 감소 영향…백화점 영업실적도 부진


[ 유승호 기자 ] 소비시장에 ‘연말정산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세법 개정과 연말정산 방식 변경으로 환급받는 세금이 대폭 줄거나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최대 20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함께 ‘13월의 세금’이 연초 소비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2014년 소득분 연말정산이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7% 줄었다고 22일 밝혔다. 가공식품(-45.8%) 축산(-19.2%) 과일(-19.0%) 등 주요 품목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월 말이었던 설이 올해엔 2월 중순이어서 선물세트 판매가 본격화하지 않은 것이 주된 요인이라면서도 연말정산 환급액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 직장인들이 소비를 줄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매출도 14.7% 감소했다.

대형마트에 비해 설 선물세트 비중이 크지 않은 백화점도 영업실적이 부진하다. 15~21일 현대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통업체들은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가 설 대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말정산 결과가 2월 급여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1월보다 2월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다. 길게는 3월까지도 연말정산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 예산서에 따르면 올해(2014년 소득분) 연말정산 환급액은 9조87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76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월간 소매 유통업 매출의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고액 금품 수수를 금지한 김영란법은 위스키 등 주로 고가 상품 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는 중저가 의류와 외식까지 중산층 소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대형 할인 행사를 지난해보다 일찍 여는 등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수입 가구와 대형 냉장고, TV 등 혼수품을 10~30% 할인 판매한다. 지난해엔 2월 말에 열었던 행사를 한 달 앞당겼다. 현대백화점은 겨울 의류 마감 할인전을 작년보다 보름 이른 23~29일 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신년세일 매출이 1%대 증가에 그친 데다 연말정산 영향까지 나타나고 있어 겨울상품 마감 할인 행사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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