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금융 느는데 中企대출은 줄고…이럴 줄 몰랐나

입력 2015-01-25 20:32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기술금융(기술신용대출)이 9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에 일일 보고케 하고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종합상황판까지 만들어 독려한 결과다. 지난해 7월 1922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작년 말 8조9247억원(1만4413건)으로 46배나 불어났다. 특히 건수로는 목표치(7500건)의 두 배에 달한다. 이에 고무된 금융위는 기술금융의 성과를 자랑하며 올해 3만2100건, 2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계속 드라이브를 걸 일인지 의문이다. 우선 6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이 6조원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78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기술금융을 늘린 대신 중기 일반대출은 되레 줄인 은행이 많다는 얘기다. 또한 기술금융 실적 중 신규 기업 대출은 35%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선 일반대출을 기술금융으로 바꿔주는 갈아타기 대출, 자영업자 대출까지 기술금융으로 둔갑시키는 끼워넣기 대출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기술은 있지만 담보가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을 돕자는 취지야 나무랄 데 없다. 담보에만 의존하는 금융권 보신주의도 극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을 강요하면 민간은 대책을 만든다. 실적 보고라면 이골이 난 은행들이다. 기술평가 인프라가 미비된 상태에서 상환 위험과 무관하게 저리 대출을 강요하니 은행이 꼼수를 짜내는 것이다.

기술만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위험 투자의 영역이다. 기술의 가치는 기술 자체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상업화하느냐에 달려 있고 실패 가능성도 상존한다.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 이전에 시장에서 검증되고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특성을 무시한 채 금융당국은 밀어붙이고 은행은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다면 어떤 결과를 빚을지 안 봐도 뻔하다. 과거 정부들이 ‘벤처’나 ‘녹색’ 라벨만 붙으면 ‘묻지마 대출’을 퍼주다 부실을 키운 게 한두 번인가. 입으론 창조경제, 기술금융을 외치면서 일하는 방식은 관치(官治)금융, 관제(官製)금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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