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자 새누리당은 술렁였다. 5월 열릴 예정이던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1주일 뒤로 갑작스레 앞당겨진 것과 함께 이 기간 동안 임시 원내 수장은 누가 맡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기자는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누가 원내대표 직무를 대행하게 되냐”고 물었다. 그는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원회 의장이 대행하게 돼 있고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부대표들만 지휘하기로 규정돼 있다”고 답했다.
당헌·당규를 살펴본 결과 사실과 달랐다. 당규 3조 3항엔 ‘원내대표가 임기 중 사퇴 또는 사고로 인해 궐위된 때에는 동반 선출된 정책위 의장은 당연 사퇴한다’고 돼 있다. 당규대로라면 이 후보자 사퇴와 동시에 주호영 정책위 의장도 물러나게 돼 있다. 당규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원내대표 사퇴 시 누가 대행하는지에 대한 사항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다.
당규에 우선하는 당헌을 보니 이에 대한 규정이 있었다. 당헌 86조 3항엔 ‘원내대표가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원내수석부대표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돼 있다. 당헌대로라면 주 의장이 아니라 김 수석부대표가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같은 자진사퇴를 과연 ‘사고’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했다. 한 당직자는 “이번 사례의 경우 당헌·당규상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해석의 문제”라며 “이에 대한 해석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일로 새누리당의 당헌·당규에 빈틈이 많음을 확인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당헌·당규라는 게 온통 ‘~할 수 있다’는 식의 문구로 애매모호한 것 투성이”라며 “정치적 여지를 너무 남겨 놓아 정작 이번처럼 중요할 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더 실망스러운 건 이번처럼 갑작스런 상황에 당의 헌법과 같은 당헌·당규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적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스스로 지키겠다고 만든 약속조차 엉성하게 해석하는 집권 여당에 과연 국민들이 어떤 신뢰를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은정진 정치부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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