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등 정부 지원으로
IoT 시대 주도권 확보 나서
[ 남윤선 기자 ]
세계 반도체 패키징 6위 업체인 중국 JCET가 4위인 싱가포르 스태츠칩팩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에는 지난해 10월 구성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펀드와 중국 최대 시스템 반도체 업체 SMIC도 참여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200억위안(약 20조8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구성한 이래 처음 주도한 해외 인수합병(M&A)이다.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건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분야가 취약한 한국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반도체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스템 반도체 패권 노리는 중국
최근 중국 언론에 따르면 JCET와 중국 반도체 펀드, SMIC는 각각 2억6000만달러, 1억5000만달러, 1억달러를 투자해 스태츠칩팩의 지분 50%, 30%, 20%씩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JCET는 단숨에 세계 3위의 반도체 패키징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JCET는 지난해 중순 스태츠칩팩이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꾸준히 인수 의사를 밝혀 왔다.
반도체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장착할 기기 및 다른 칩과 연결하기 위해 전기적으로 포장하는 공정이다. 칩 자체를 기기에 끼울 수 없으므로 전기나 정보가 오고 갈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패키징 공정은 과거엔 별다른 기술력이 필요 없는 단순 공정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의 성능이 좋아지고 크기가 작아지면서 각기 다른 반도체를 한데 묶는 패키징 기술이 점점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 반도체인 D램, 낸드플래시 등을 같이 묶는 것이다. 이들 반도체를 각각 따로 기기에 붙이는 것보다 부피가 줄어들고 속도도 빨라진다.
스태츠칩팩은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AP 등 프로세서에서 처리한 정보를 빠르게 기기로 전달하는 ‘팬아웃(fan-out)’ 기술은 세계 1위로 알려져 있다.
◆IoT 시대 바라본 ‘포석’
중국 최대이자 세계 10위권 시스템 반도체 업체 SMIC가 이번 인수에 참여한 것은 IoT 시대에 시스템 반도체 패권을 잡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MIC는 최첨단 프로세서에서는 인텔, 퀄컴, 삼성전자 등에 밀리지만 중저가 프로세서와 각종 센서 등에 있어서는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패키징 업체를 인수한 건 프로세서와 각종 센서를 한데 묶는 기술을 확보해 IoT 반도체 시장을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불모지’에 가깝다. 삼성이 AP 등 일부 품목에서 세계 선두권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다른 시스템 반도체의 기술력은 취약하다. 남효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oT 시대에는 센서 등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며 “우리도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 계획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허성무 KOTRA 다롄무역관 부관장은 “중국 펀드가 한국의 반도체 중견·중소기업에 손을 뻗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유기적인 협력관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패키징
반도체 칩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전자기기와 연결하기 위해 전기적으로 포장하는 공정. 각기 다른 반도체가 유기적으로 기능하도록 한데 묶는 것도 패키징 공정에 속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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