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名品 산책 드라이브 코스

입력 2015-01-26 07:01  

거제, 여차~홍포 일출·일몰 장관…디카족 필수코스
무안, 도리포 포구의 황토빛·월두마을 갯벌 진풍경
고성, 11번 국도따라 해안 절경 즐기는 浪漫街道
부산, 해맞이·달맞이길…대변항, 눈부신 은빛 멸치




걸어서 천천히 즐기는 것이 길의 묘미라고 하지만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자동차로 달려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우리 국토가 작다고 하지만 다녀 보면 의외로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가 곳곳에 널려 있다. 특히 바다와 연한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다 보면 산산이 부서지는 바다와 저무는 해변에서 붉은 태양을 만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명품 드라이브 코스 네 곳을 소개한다.


보석 같은 남해 섬과 함께 달리는 거제도 일주도로

거제도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있는 거제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거제의 해안도로를 구석구석 섭렵하려면 1박2일로도 부족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일품은 거제도 남단의 ‘여차~홍포 해안도로’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장엄한 일출, 환상적인 일몰 풍경까지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여차마을에서 홍포항 입구까지는 고작해야 4㎞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비포장길이 남아 있어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객들, 자전거를 사랑하는 동호인들, 이 땅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디카족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이어진다. 해안도로라고는 하지만 파도가 바로 옆까지 밀려와 부서지는 길은 아니다.

파도와 멀어진 대신 고지대를 통과하므로 조망의 즐거움에 푹 젖어볼 수 있다. 여차마을에서는 차를 놓고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마을 입구에서 망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면 까마귀개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 목재 데크로 다듬어놓은 전망대가 있다. 여차마을에서 이 전망대까지의 거리는 약 2.6㎞. 동쪽으로 시선을 두면 여차마을 전경과 여차마을을 포근하게 품은 천장산(275m)이 가슴으로 와락 달려든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병대도, 소병대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어유도, 가왕도, 가익도, 국도 등 남해의 보석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대마도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해변 길 중에는 여차에 있는 몽돌해변과 자각거리는 몽돌소리가 일품인 학동목돌해변이 좋다.


무안 해안도로 - 갯벌과 태양이 만나 수채화가 되다

전남 무안은 생태가 잘 보존된 기름진 갯벌과 게르마늄이 풍부한 황토밭, 220㎞의 긴 리아스식 해안을 가진 고장이다. 서해안에서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무안의 드라이브 코스 중에서 가장 빼어난 곳이 도리포다. 도리포는 함평 쪽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겨울의 태양과, 영광 쪽의 산에서 솟는 여름의 태양을 모두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다.

도리포 포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붉은 기운을 흠뻑 머금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어선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갯벌과 어우러진 황토밭을 만나게 된다. 북쪽의 들녘이 겨울 추위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과 달리, 무안의 들녘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돋아난 양파싹으로 파릇파릇하다. 차가운 겨울바람 아래서도 농민들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하다.

도리포에서 무안읍으로 오는 길은 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도로에서 길이 갈라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이름난 관광지들이 자리하고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에도 좋다. 그중 하나가 한적한 해돋이를 만날 수 있는 월두마을이다.

마을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월두마을 아녀자들의 굴밭이 이어진다. 갯벌에 직접 종패를 뿌려 키운 이곳의 굴은 작지만 특유의 향기를 진하게 담고 있다. 자연산 굴과 동일한 조건에서 키워냈기 때문에 월두석화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월두마을 갯벌은 1~2월이면 또 하나의 진풍경을 보여준다. 검은 비단처럼 펼쳐진 갯벌 위를 초록빛 감태가 뒤덮은 풍경이다. 이 마을사람들은 이때 수확한 감태를 타래지어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1년 내내 꺼내 먹는다고 한다.


고성의 낭만가도 - 해안의 절경이 일품인 곳

강원도 고성에서 삼척까지 바다를 따라 달리는 239.5㎞는 명품바다와 천혜절경, 산해진미가 어우러진 낭만가도(浪漫街道)다.

이 중에서도 북쪽에 자리한 고성 지역은 그 경치가 뛰어나 7번국도를 따라 혹은 바닷가 옆길을 따라 달리면 넘실넘실 파도가 친구하며 따라온다. 작고 아담한 봉포항의 바닷바람을 스쳐 아야진항에 들려보자. 항구에는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잡은 양미리를 다듬는 어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부두 옆 허름한 식당의 시원한 도루묵찌개가 새벽바람에 언 몸을 뜨끈하게 데워준다.

천학정에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해안절경을 즐길 수 있는 소박한 드라이브 코스다. 겨울철새 도래지 송지호는 청명한 물빛이 아름답고 철새관망타워에 올라 철새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명소다. 7번국도를 달리다 오른쪽 샛길로 빠지면 자연산 물회로 유명한 가진항이다.

가진항은 해안절벽이 일품이고 포구로 들어서는 언덕길에서 동해바다를 보기에 좋다. 거진항을 지나 화진포 호수로 향하는 해안도로는 고성 제일의 드라이브 코스다.

시퍼런 바다 위로 기암괴석들이 솟아있고 바람이 센 날이면 파도가 도로 위로 넘쳐 오르기도 한다. 화진포 호수에 접어들면 바다와는 또다른 겨울 호수의 풍경이 펼쳐진다.

고 성에는 강 하구와 바다가 닿는 곳에 생긴 석호(潟湖)가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송지호이고 다른 하나는 둘레 16㎞의 동해안 최대 석호인 화진포다.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 이름 붙여진 화진포는 넓은 갈대밭 위로 수천 마리의 철새와 고니가 날아들고 울창한 송림이 빼어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부통령 별장, 북한 김일성 별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 별장은 독일 건축가 H 베버가 1939년 건축했는데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과 김정일 형제가 피서를 보낸 사진이 남아 있어 김일성 별장으로 불린다.

해안 절벽 위 소나무 숲 속에 세워진 김일성 별장의 야외 전망대에 오르면 폭 70여m, 길이 1.7㎞의 화진포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진포 해수욕장은 드라마 ‘가을 동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부산 동부 해안도로 -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바다

해 안을 끼고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화려한 도시의 마천루와 오래되고 소박한 마을이 이어진다. 해운대에서 시작해 대변항까지 이어지는 20㎞ 남짓의 부산 동부해안도로에는 다양한 표정이 공존한다. 때로는 끝없이 펼쳐진 청정 바다를, 때로는 도로 양쪽으로 펼쳐지는 숲길을 보여주는 드라이브 코스는 어느 계절에 찾아도 아름답다.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까지 8㎞의 달맞이길은 해맞이와 달맞이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 바다와 송림, 갤러리와 카페들이 어우러져 ‘동양의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불리고 있다. 햇볕을 쬐는 ‘선탠로드’와 달리 달빛을 받으며 걷는 솔숲길인 ‘문탠로드(Moontan Road)’는 달 모양의 조명이 숲을 밝히고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해운대~달맞이길~달맞이동산~오솔길~어울마당을 따라 2.2㎞여서 걸어가도 왕복 1시간이면 거뜬하다. 달빛 가온길, 달빛 바투길처럼 길마다 순우리말의 푯말이 붙어 있어 더 정감이 느껴진다.

청사포에서 송정해변을 따라가다 보면 용궁사에 닿는다. 바다를 너른 정원으로 삼는 용궁사는 고려 우왕 때 나옹화상이 창건한 절로 겨울에도 칡꽃이 피었다고 할 정도로 영험한 곳이다. 불상을 모시려고 땅을 파니 땅속에서 거북바위가 나와 그 위에 좌대를 앉히고 불상을 모신 것이 용궁사의 시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사찰로, 국내 최대의 황금돼지, 건물 기둥 높이의 포대화상, 타이어 모양의 교통안전비 등 다른 절에서 볼 수 없는 조형물들이 가득하다.

해안선을 그리며 북쪽으로 바다 드라이브 길을 타고 내달리면 기장 미역과 멸치회로 소문난 대변항이 나온다. 영화 ‘친구’ 촬영지로 유명해진 대변항에서는 등대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데 동이 트면 밤새 조업을 마친 배들이 속속 들어와 부둣가에 은빛 멸치를 가득 부려놓는다.

오륙도부터 시작되는 이기대 해안은 부산 최고의 명품 산책길이다. 오륙도 해맞이공원~농바위~어울마당~동생말로 이어지는 3.95㎞ 구간의 바닷길은 외국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이국적이다.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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