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입원한 70대 노인, 17시간 묶여있다 사망

입력 2015-01-28 08:45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70대 노인이 17시간 넘게 묶여있다가 결국 사망한 사실이 인권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피해자 전모씨(사망당시 72세)는 지난 2013년 11월22일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위해 A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

당시 전씨는 진료 결과 혈압이 높다는 것 외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입원 후에도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원장 최모씨(37)는 전씨가 알코올 금단증상을 보인다며 입원 당일 오후 4시55분부터 오후 8시10분까지 격리·강박을 했다. 이어 다음날 오전 2시40분 전씨가 불안해하며 잠을 자지 않고 낙상 위험이 있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간호사의 전화 보고를 받고는 오후 8시30분까지 약 17시간50분 동안 다시 격리·강박을 했다.

대부분의 강박 시간 동안 거의 의식이 없었던 전씨는 11월25일 상태가 나빠져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 결국 숨졌다.

인권위는 원장 최씨가 전씨를 직접 관찰해 강박의 필요성과 지속시간을 판단하지 않고 간호사의 말만 전해들어 지시한 점 등을 종합할 때 헌법과 정신보건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정신보건법 제46조 제1항은 제한된 때에만 환자를 격리하거나 묶는 등의 신체적 제한을 허용하며, 환자 본인의 치료 또는 보호가 목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또 전씨의 사망과 원?최씨의 격리·강박 지시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최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다른 정신병원에서는 보호사가 입원 환자를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B정신병원에 입원했던 박모씨(35)는 지난해 11월 25일 보호사 장모씨(38)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15일 아침 배식을 하는 장씨에게 밥을 더 달라고 했다가 거부당한 박씨가 "저 XX 때문에 이 병원이 발전을 못 해"라고 욕설을 하자 장씨가 식사하던 박씨를 발로 차고 넘어뜨려 목을 누르는 등 폭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인권위는 당시 박씨가 구타당하는 모습을 본 다른 환자들이 태연하게 식사를 한 점으로 미뤄 보호사의 환자 폭행이 일상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보호사 장씨를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B정신병원장에게 폭행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같은 정신보건시설 관련 진정사건은 2011년 1337건에서 2012년 1805건, 2013년 2172건, 2014년 2775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전체 정신병원 관련 진정 가운데 가혹·폭력에 관련된 경우가 14.3%로 입원 관련 진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인권위는 정신병원 내 폭행 방지 대책으로 △진정제기 없이도 가능한 방문조사 활성화 △CCTV 보존기간 1개월 이상 의무화 등을 제시했으며, 격리·강박과 관련해서는 올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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