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절벽'으로 쉬는 법 잊은 한국의 대학생들 … 그들에게 방학이란

입력 2015-01-28 11:20   수정 2015-01-29 14:48


사진출처=morguefile

오는 3월 복학을 준비하는 김린아 씨는(21·실용음악학과·3학년) 매일 오후 6시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한 카페 문을 연다. 차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다. 김씨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커피나 음료를 만들거나 주문을 받는다. 퇴근은 밤 늦은 11시께다. 김씨는 일을 마치면 종종 걸음으로 어두컴컴한 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간다.

김씨는 지난 달까지도 근처 애완동물 가게에서 하루종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되기도 하고 복학 준비를 위해 그만뒀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시 ‘알바 전선’에 뛰어들었다.

대학생들의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서울 대부분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등록금과 매년 오르는 물가로 생활비를 벌여야 하는 대학생들의 고충은 커져만 간다.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씨는 "자취를 위한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금전적인 고민이 가장 힘들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다른 대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가 대학생들의 관심사를 조사한 결과 등록금, 물가, 생활비 등 '돈'에 대한 관심이 30.7%로 가장 많았다. '취업 및 취업 준비'(21.5%), '앞으로의 진로 설계'(12.7%), '학점 관리 및 장학금'(10.2%)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9%가 '등록금 마련을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김씨는 "힘든 환경에서 자신이 성장한다고 믿는다" 며 "모든 대학생들이 힘들겠지만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자"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올 겨울 '스펙 쌓기'에 주력하는 대학생들도 많다.

최은정 씨(21·간호학과·4학년)는 취업을 위해 토익 공부에 힘을 쏟고 있다. 최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토익학원에 가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숙제와 공부를 한다. 주말에도 따로 나오는 과제를 하느라 바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겨울은 취업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취업 부담감을 토로했다.

최씨처럼 대부분 대졸 구직자들은 '스펙 쌓기'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86.8%가 스펙으로 스트레스를 받고있다고 답했다.

인턴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 높다. '인턴은 취업의 지름길'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의 대학생 인턴 경쟁률은 수십 대부터 수백 대 일까지 치솟고 있다.

강문정 씨(21·법학과·3년)는 ㄷ음달 다니게 될 증권회사 인턴을 대비하기 위해 오늘도 서점에 간다. 채권, 펀드와 같은 경제 공부를 하기 위해 관련 책을 살펴보는 강씨는 분주하다.

취업고 금전 문제를 모두 안은 채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생 청춘들. 이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믿음,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자고 외치고 있다.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겨울나기가 결실을 거두기를 소망한다.

한경닷컴 이세윤 학생인턴기자(선문대 광고홍보학과 4년)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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