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섭 기자 ]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재정집행률을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21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재정관리점검회의. 정부는 지난해 주요 사업의 예산 대비 집행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집행률이 98.2%(299조4000억원 중 294조원 집행)를 기록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매달 열린 재정관리점검회의(13회)와 현장 점검(46회) 등을 통한 노력이 주효했다는 ‘자화자찬’성 발언도 이어졌다.
이틀 뒤인 23일. 한국은행은 정부 발표와 상반되는 내용의 ‘2014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치)’을 내놓았다. 핵심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4% 상승에 그쳤다는 것.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 지출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결과였다. 실제 정부 지출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 건설투자(-9.2%)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고, 정부소비 증가율도 0.5% 오르는 데 그쳤다.
정부와 한은의 이처럼 상반된 결과가 나온 배경엔 왜곡된 기획재정부의 재정집행률 통계가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하반기 각종 기금 규모를 6조6000억원 늘린다고 했다. 항목별로 △국민주택기금 6조원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4000억원 △관광진흥개발기금 1000억원 △수산발전기금·농산물가격안정기금 1000억원 등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통계에는 6조6000억원의 기금 증액분이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당초 연 15조9844억원(기금 증액분 포함 21조9844억원)을 쓰기로 했던 국민주택기금의 집행률이 100%(112.7%)를 넘기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분모에 기금 증액분을 더하면 집행률은 81.9%로 뚝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중진기금 집행률도 99.5%에서 91.2%로 낮아진다. 그러나 보도자료에는 이와 관련된 어떤 설명도 없었다.
기금을 증액하겠다는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내면서 정작 관련 통계를 집계할 때는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한 것이다. 4분기 재정집행 여력 약화로 성장률이 곤두박질쳤다는 발표를 동시에 접한 국민들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우섭 경제부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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