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부실화 전망에 따른 운영자금 확보 목적
은행 재무건전성 관리로 ‘부실채권 털어내기’도 증가 기대
이 기사는 02월01일(16: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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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Non-Performing Loan) 투자회사들이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부실채권을 추가로 사들이는데 쓸 현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두기 위해서다. 올해 경기 침체 지속에 따른 가계 상환능력 저하와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많은 부실채권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썩은고기를 뜯어먹는다는 점에서 ‘대머리 독수리(vulture)’로도 불리는 부실채권 투자회사들은 주로 은행으로부터 원리금 회수가 불투명한 대출채권(고정이하 여신)을 싸게 매입한 뒤 3~5년에 걸쳐 회수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장기자금 마련 서둘러
부실채권 투자회사인 대신F&I(옛 우리F&I)와 외환F&I(옛 외환캐피탈)는 각각 오는 2일과 10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대신F&I는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자금으로 단기 기업어음(CP)을 갚을 계획이다. 올해 안정적인 부실채권 시장 성장을 예상하고 운영자금을 장기로 조달한다는 전략이다. 외환F&I도 600억원을 조달해 전액 단기대출을 갚는데 쓰기로 했다. 국내 최대 부실채권 관리회사인 연합자산관리도 지난 달 2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목적은 마찬가지로 CP 상환이다.
올 들어 한 달여 동안 3사가 신규로 늘린 장기차입금은 모두 4100억원. 부실채권 시장이 다소 위축됐던 작년 한 해 동안 두 차례에 걸쳐 2200억원어치 회사채만 순발행한 것과 비교해 빠르게 장기 운영자금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부실채권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 보유 잔액은 2008년 말 14조7000억원에서 작년 9월 말 현재 26조1000억원으로 약 80% 증가했다. 최근 수년 간 매각 규모는 연 평균 6조원 수준이다.
시장 지배사업자인 연합자산관리의 영업이익은 2013년 1328억원으로 설립 이듬해인 2010년 98억원에서 10배 이상으로 커졌다. 수익이 짭짤해지니 신규로 시장에 뛰어드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외환F&I와 화인자산관리(옛 한국개발금융)는 각각 2013년 12월과 작년 1월 여신전문금융업을 중단하고 부실채권 투자회사로 업종을 전환했다.
◆부실채권 증가 전망
부실채권 투자회사들은 2011년과 2012년 다소 정체됐던 부실채권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2013년 STX와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동양그룹 등의 부실화가 무려 31조6000억원에 달하는 신규 부실채권 발생을 낳은 데다가 2013년 말 은행 재무비율 관리를 강화한 바젤 III 시행으로 매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은 2013년 6조2000억원 규모 부실채권을 매각했으나 작년 1~9월엔 3조1000억원어치를 파는데 그쳤다.
장기 업황 침체와 금융비용 부담 누적으로 인해 한계로 내몰리고 있는 기업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대신F&I는 투자설명서에서 “해운업, 조선업, 건설업의 구조조정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자산관리도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 중국 성장세 둔화 등 대내외적 요인에 따라 부실채권 증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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