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vs 유승민, 경제 해법 놓고 충돌 예고

입력 2015-02-03 20:55   수정 2015-02-04 03:48

崔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 부양"…劉 "단기부양책 효과 없어"


[ 이정호 기자 ] 비(非)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집권 여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친박근혜계 핵심이자 내각 경제 수장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어떤 정책 호흡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위스콘신대(경제학 박사) 동문으로 여권 내 대표적인 경제·정책통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제 현안에 대한 해법을 놓고는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어 당·정 간 정책 갈등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 동지에서 소원한 관계로

유 원내대표와 최 부총리는 TK(대구·경북)·위스콘신대 출신으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최 부총리를 정치권으로 이끈 것도 유 원내대표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내던 2002년 가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었던 최 부총리를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 경제특별보좌관으로 추천했다. 유 원내대표와 최 부총리는 2007년과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각각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유 원내대표가 2012년 대선을 전후로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내면서 ‘탈(脫)박’이란 평가를 받게 됐고,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최 부총리와도 소원한 관계가 됐다. 여당 내 일각에선 두 사람 모두 TK 출신으로 TK의 맹주 자리를 놓고 보이지 않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로 다른 경제철학

두 사람은 경제철학부터 다소 차이가 있다. 최 부총리가 ‘시장경제’를 기본 관점에 두고 정책을 바라본다면, 유 원내대표는 정부의 시장 간섭을 부분적으로 옹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개념을 내세운다. 그러다 보니 경기부양을 위한 해법, 증세와 복지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시각차가 뚜렷하다. 최근 불거진 증세 논쟁과 관련,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적정 수준의 복지를 떠받치기 위해선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증세에 대해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당은 법인세든 근로소득세든 부가가치세든 모두 백지에서 검토할 수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 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평소 “법인세는 세계적으로도 내리는 추세”라며 “우리만 올릴 경우 자본이탈이 생기고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 불가론을 펴고 있다. 경기부양 등 산적한 경제 현안 해결을 위해 당·정이 긴밀하게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지만 두 사람 간 정책 코드가 달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경기부양책 놓고도 이견

유 원내대표는 작년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추진하고 있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대책에도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일시적인 불황이면 인위적인 단기 부양책이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는데 저성장이 고착화한 상황에서는 재정 건전성만 해치고 효과가 별로 없다”며 “복지에 쓸 돈도 없는데 별 효과가 없는 확장 정책을 쓰는 게 맞는지 한 번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정책에 대해 “시장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규직의 일반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질 높은 노동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차원에서 수렴과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정 정책 협의의 수장을 맡는 유 원내대표와 최 부총리의 이견으로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추진이 혼선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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