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대부' 서경배·차석용, 올해 전면전 나선다

입력 2015-02-05 14:21   수정 2015-02-05 14:51


'국내 화장품 빅2'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 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었다. 두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린 효자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다.

두 브랜드는 고가 라인인 프레스티지 화장품으로 한방 원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업계 대표적인 닮은꼴 브랜드다. 또 신 성장동력인 국내 면세점 및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각각 애정을 쏟는 대표 브랜드라는 점 등 공통 분모가 많다.

이들 브랜드의 실적은 선발주자인 설화수가 후를 매분기 큰 폭으로 따돌려왔다. 그러나 지난 해 '1위 설화수·2위 후'로 굳어졌던 실적 구도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해 후의 매출이 급신장하면서 새해 서 회장과 차 부회장의 '엄친아 브랜드' 대결에 신호탄이 울렸다.

◆ 만년 2인자 설움 씻은 후, 매출 110% '고공행진'

5일 화장품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설화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7000억여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설화수가 전체 면세점 매출의 70%, 백화점 채널의 50%를 차지하는 점 등을 따져볼 때 각각 두 채널에서만 4900억원,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후의 매출은 4300억원으로 설화수의 60%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후의 매출 신장률은 110%로 설화수 신장률(10%)의 10배에 달한다.

지난 해 면세점을 비롯한 전 채널에서 고성장세를 이어갔으며 중국과 홍콩에서 각각 143%, 257% 급등하는 등 중화권 매출도 100% 이상 신장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는 2003년 출시된 후발 브랜드로 설화수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며 "지난 해 요우커(游客·중국 여행객)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후가 설화수를 3분의2 수준까지 따라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후의 강세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4분기 국내 면세점에서 해외 명품은 물론 설화수를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하면서부터다. 후는 지난 해 9~10월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과 잠실월드점, 장충동 신라 서울점, 동화, 워커힐 등 시내 주요 면세점에서 화장품 브랜드 매출 1위를 달성하며 만년 2인자의 설움을 씻었다.

후는 지난 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방한한 펑리위안 여사가 해당 제품을 즐겨 쓴다는 소문이 퍼지며 요우커들 사이에서 인기 브랜드로 부상했다. 여기에 중화권 대표 스타인 안젤라 베이비가 광고 촬영차 방문한 후 면세점에서 후 제품을 구입했다는 이야기가 중국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 '화장품 대부' 차석용·서경배 전면전

후가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차석용 부회장이 있다.

차 부회장은 10년 전인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사장으로 부임했다. 2004년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는 등 수렁에 빠진 LG생활건강을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경영자(CEO)다. 취임 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회사 영업이익은 39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 해는 후를 앞세운 중화권 공략으로 사상 첫 영업이익 5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그는 지난 해 말 기준으로 중국에서 후 백화점 매장을 80개로 늘리고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개발했다. 국내 면세점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동남아, 중국 등 해외 면세점 시장에 진출하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중화권에서 후의 실적이 고공행진하며 프레스티지 화장품군의 매출은 전년 대비 100% 급증했다.

차 부회장이 올해도 후 확장 계획을 세우면서 서경배 회장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먼저 요우커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제품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진출지역인 홍콩, 마카오, 중국 등지에서 면세점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후 브랜드의 운영 품목 수를 늘리고, 온라인 사업 기반 구축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메인 브랜드인 후뿐 아니라 후의 세컨 브랜드격인 '수려한'과 '숨'도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설화수의 1위 브랜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글로벌 출점 계획을 최소화하고, 현재 진출해 있는 설화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아際뮷蚌쳬?관계자는 "출시 2개월 만에 매출 150억원을 돌파한 '자여진에센스'를 비롯해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인 '윤조에센스', '자음생크림' 등 설화수 기술력을 담은 제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것"이라며 "각국 고객의 니즈를 세심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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