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호조보다 대손충당금 줄어든 덕분
[ 박신영 기자 ] 신한·KB·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4대 금융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한 해 전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저금리·저성장으로 금융업의 수익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배경이 영업을 잘해서라기보다 ‘대손충당금’이 줄어든 게 이익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고 있어 질적인 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익 반등 … 구조적 개선 아냐”
우리은행은 지난해 1조2140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고 5일 발표했다. 2013년 적자가 5377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수익이 2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KB금융도 지난해 순이익이 10.2% 늘어난 1조400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지난 4일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도 지난해 2조811억원의 이익을 내며 ‘2조 클럽’ 재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평가는 인색하다. 한 해 전인 2013년 실적이 워낙 나빠 ‘착시 효과’가 있는 데다 수익 구조가 개선된 것도 아니어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의 여신을 2013년에 털어내며 대손충당금이 줄어든 것이 흑자전환의 배경으로 꼽힌다. 계열사였던 경남·광주은행 매각으로 법인세 6043억원이 환입된 점도 지난해 이익규모를 키웠다.
KB금융 역시 대손충당금이 1조228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2155억원(14.9%) 줄어든 점이 실적호전의 배경이 됐다.
순이익 ‘2조 클럽’으로 복귀한 신한금융도 부실여신 관리를 강화하며 대손충당금이 크게 줄었다. 신한금융의 대손충당금은 9499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건전성 관리가 미래수익 결정”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부실여신 관리가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외형성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한계에 달한 만큼 여신심사를 철저히 하고 우량고객을 가려내는 등의 건전성 관리가 손익 규모를 가를 것이란 얘기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금리가 올라가거나 금융회사들이 수익구조를 혁신하지 않는 한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가 실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여신심사 담당자들이 얼마나 큰 목소리를 내고, 여기에 은행장이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거세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압박은 만만찮은 리스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강한 요청으로 너도나도 기술금융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대출 대상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인 만큼 언제든 ‘부실여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해야겠지만 지나친 압박으로 인해 검증이 부실한 상태로 대출이 나가는 사례가 많고, 이는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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