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지원보다 사회서비스를 우선해야
정재훈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부모 가족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한부모 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혼의 경우 부양 의무자가 있는데 공연히 국가가 개입해 도와주면 사회 구성원의 가족부양 책임의식만 약해진다는 주장이 한쪽에 있다. 미혼인 경우에도 미혼 출산은 본인의 선택인데, 그로 인해 생기는 빈곤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면 국가를 믿고 무책임하게 출산할 것이라는 주장도 같은 유형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혼 귀책사유가 대부분 남성 가장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 후 자녀양육 책임을 홀로 갖게 돼 생기는 빈곤 문제는 자녀양육 여성뿐 아니라 미래 세대로서 자녀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는 주장을 한다. 이 양쪽 주장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자는 한부모 가족 지원 얘기만 나와도 과잉, 낭비, 도덕적 해이를 떠올린다. 반면 한부모 가족 지원에 따른 복지제도 확대를 위해 기꺼이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더 내겠다는 대중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전자를 설득하려면 현금급여 위주의 복지제도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후자를 설득하려면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제도를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서 복지제도 확대의 방향성이 나온다. 대중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제도를 현금 제공이 아닌 사회서비스 제공 위주로 늘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복지급여 오남용을 염려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전달체계가 만들어지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이런 복지제도 확대 가능성을 다음달 문을 열게 될 ‘양육비 이행관리원’에서 볼 수 있다. 이혼 후에도 자식의 양육비 부담은 판사의 판결과 관계없이 해야 한다. 이것이 인지상정이고 부모로서 의무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한부모 가족이 있다.
양육비 이행관리원 업무가 시작되면 양육비 지급을 위한 협의, 법정 소송, 양육비 지급 등 과정에서 필요한 도움을 한부모 가족이 받게 될 것이다. 협의와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에게만 의존해야 했던 도움을 공공기관으로서 이행관리원이 제공한다. 현금급여보다 사회서비스 제공을 우선하는 양육비 이행관리원 업무를 통해 자녀양육 의무를 등한시하는 부모에게는 제재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재훈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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