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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이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여의도 증권가를 둘러싼 공기도 답답하기만 하다. 증권가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와 펀드 매니저들의 한숨도 커져만 간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의도를 떠나는 증권맨도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
이런 때에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뒤로 하고 여의도로 입성한 증권맨이 있어 화제다. 부사장에서 평사원이 된 이코노미스트에서 서래마을을 주름잡던 셰프 출신 애널까지, 여의도에 새 숨을 불어놓고 있는 이들을 [한경닷컴]이 만나봤다. <편집자 주>
그 애널리스트는 왜 앞치마를 둘렀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음식료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초코파이를 만드는 오리온의 시총 순위는 40위대이며, 굵지의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은 50위 밖에 있다(6일 국내 주식시장 기준). 소비자에게 알려진 것에 비해 주식시장 내 영향력은 다소 미약한 셈이다.
'요리사 출신 애널리스트'로 최근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송치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사진·35)은 "요 ?외부에서 유일하게 돈이 몰리는 곳이 음식료 산업인데 반해 주식시장 내에서는 소외되고 있는 측면이 크다"며 "외식산업의 엄청난 잠재성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앞치마를 벗고 다시 펜을 잡았다"고 말했다.
1년여 전 여의도를 떠나 방배동 서래마을로 향했던 그를 [한경닷컴]이 지난 5일 만났다. 1년 간 애널리스트가 아닌 이탈리안 레스토랑 '셰프'로 일하며 바라본 음식료 산업에 대한 그의 '결론'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서였다.
◆ "백화점 1층에 '샤넬' 대신 '성심당'이 들어가는 시대"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1층에 '국내 3대 빵집' 중 한 곳이라고 알려진 성심당을 입점시켰다. 통상 백화점 1층은 매출 효율이 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곳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라는 평가다.
송 연구원은 "백화점 입장에서는 통상 '샤넬'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빵집을 입점시킨 셈"이라며 "요즘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유일한 것이 음식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무실이 아닌 주방에서 일하며 외식산업 내에서 돈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리를 하는 것에 더 재미를 느껴 증권 업계를 떠났었지만 1년여 만에 다시 복귀한 것도 투자 아이디어가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란 게 그의 얘기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누가 어디에 와서 무엇에 소비욕구를 느끼는 지를 알게 됐고 애널리스트 시절 분석하던 습관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며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하니 벌써 펀드매니저들의 반응부터 다르다"고 말하며 만면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대기업들이 군침 흘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한식뷔페'"
송 연구원이 요즘 가장 주목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한식뷔페'다. 한식뷔페는 서양식 샐러드바와 한식을 결합한 음식점 형태로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연령층, 성별, 메뉴 선호도 등에서 한식뷔페라는 공간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대형 복합몰에 입점하기에도 알맞기 때문에 대형화해 큰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대기업들이 접근하기에 최적화된 외식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11월 한식뷔페 '올반' 두번째 매장을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에 오픈했다. 당시 이미 한 달 전 오픈했던 여의도점이 불과 1개월 만에 3만명이 훌쩍 넘는 고객이 줄을 이으면서 탄력을 받은 셈이다.
국내 한식뷔페 비즈니스모델 개척자는 CJ다. CJ의 외식사업 계열사인 CJ푸드빌은 이미 2013년 제철 식재료와 자연을 콘셉트로 한 '계절밥상'을 론칭시켰고 이어 이랜드가 궁중한정식을 주제로 한 '자연별곡' 브랜드로 연이어 뛰어들었다.
그는 비용 관리 측면에서도 한식뷔페가 대기업이 접근하기 수월한 모델이라고 조언했다. 기존 레스토랑 사업은 주문 마다 별도로 조리를 하고 다수의 직원을 고용해야 하며 일대일 서비스가 요구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대형화하기 어렵 募?이유에서다.
송 연구원은 "한식뷔페는 반조리 형태이거나 또는 선조리를 통해 일부 그릴 음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며 "서비스 또한 뷔페 형태의 셀프서비스로 인건비 절감에 기여하는 등 대형화에 관심 있는 기업들에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꼽았다.
◆ "小자본 외식사업자들도 큰 성공 이룰 수 있는 기회왔다"
송 연구원은 대기업 외에도 벤처 외식사업가들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경리단길, 홍대입구, 상수동, 연남동 등 일명 '맛집 거리'가 세분화하면서 공간에 대한 권력이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오픈한 수제맥주 전문점 크래프트 웍스, 지난해 2월 츄러스 열풍을 일으킨 스트릿츄러스, '대동강 맥주보다 맛 없는 한국 맥주' 논란을 일으킨 다니엘 튜더가 세운 맥주집 더부스 등은 이태원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까지 매장을 열어 큰 성공을 이뤄냈다는 것.
그는 "외식산업에서 거대자본이 무조건적인 경쟁우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본위주보다는 아이디어, 맛 등 무형의 자본위주로 형성되면서 패기 있는 젊은 외식 벤처사업가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서울 고속터미널역 파미에파크, 재단장 후 얼마 전 오픈한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등은 이태원 경리단길과 같은 맛집 거리를 몰안에서 재현한 개념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실제 파미에파크에 입점한 브랜드 면면을 살펴보면 스트릿츄로스, 콩부인, 젤라띠젤라띠, 부다스밸리 등 다른 맛집 거리에서 운영되고 있는 매장들이다.
이밖에도 예전 서울 종로 피맛골 자리에 들어선 그랑서울, 광화문 케이트윈타워, 여의도 IFC몰 등은 모두 맛집거리를 콘셉트로 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그만큼 작은 매장 하나가 유명세를 타 몰에 입점하게 되면서 큰 돈이 몰리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맛집 거래의 내재화를 통해서 결국 쇼핑몰의 핵심인 집객을 해결해보고자 하는 게 대기업들의 고민"이라며 "결국 이러한 현상은 음식이야말로 최근 들어 거의 유일하게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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