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200억 투자받은 '폐열 발전' 사업, 공장 건물 2m 못높여 폐업 결정

입력 2015-02-09 20:46   수정 2015-02-10 03:49

연천 중기사장의 눈물

군 방공호에 걸려
군단, 조건부 허용에도 인근 사단 "절대 불가"
사장 "이젠 지쳤다"



[ 김은정 기자 ]
지난 6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화성파이프산업. 5290㎡(약 1600평)의 공장 부지에는 비닐포장지 뭉치와 파이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날이 좀 풀리면 파이프 재고를 몽땅 처분할 겁니다. 그 돈으로 직원들 퇴직금 챙겨주고 문을 닫아야죠.”

연천군청의 소개를 받아 찾아간 화성파이프산업의 장세욱 대표(51·사진)는 뜻밖에도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회사는 비닐포장지를 녹여 건축자재용 플라스틱 파이프를 생산하는 업체다. 1992년 연천군에 자리 잡은 뒤 외환위기 등 크고 작은 고비를 잘 버텨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꺾이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비닐포장지를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이었다. 대기업으로부터 200억원의 설비투자 확약도 받았다. 사업 제휴를 통한 공동 생산 형태였다. 2013년에 발전 사업 허가를 받고 작년 상반기에는 생산된 전기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팔기로 공급 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번번이 발목을 잡은 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이었다. 이 회사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중 건물의 신증축 등을 군과 협의해야 하는 제한보호구역에 속해 있다. 협의 대상은 인근 양주의 65사단. 화성파이프산업이 있는 전곡읍을 관할하는 부대였다.

공장 건물을 10m로 높이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다. 파이프 사업이나 발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장비를 넣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당초 회사와 부대 간 거리가 15㎞ 정도여서 6m인 건물을 10m로 높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절대 안 된다”는 것이 군부대의 답변이었다. 화성파이프산업에서 300m가량 떨어진 언덕 중턱의 작은 방공호가 문제였다. 전시에 방공호를 활용할 경우 관측과 사계(사격할 수 있는 범위)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게 65사단의 설명이었다. 화성파이프산업은 2년에 걸친 협의 끝에 2004년 간신히 4m였던 건물을 6m까지 높였다. 이 정도면 파이프 사업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발전 사업은 달랐다. 최소 건물 높이가 10m는 돼야 했다. 건물 설계 도면과 군사작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증축 동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에 군은 요지부동이었다. 6m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6군단에 민원까지 냈겠습니까. 그래도 65사단은 끝까지 안 된다고 하더군요. 군단 측이 제시한 8m 중재안도 거절했습니다.”

3년간 준비한 발전 사업이 규제에 가로막히자 결국 장 대표는 사업을 접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먹고살 일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신사업 추진에 들떠 있던 직원들이 저보다 더 실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연천=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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