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신용사회] 고소득 전문직도 "빚 깎아달라"

입력 2015-02-09 20:49   수정 2015-02-10 03:48

(2) 너도나도 빚탕감…망가지는 금융시장

일반회생 신청 1327명 중 548명이 의사·한의사



[ 김일규 / 배석준 기자 ] 의사, 한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거액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을 찾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9일 법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빚을 깎아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한 1327명 가운데 전문직 종사자가 41.3%인 548명이었다. 일반회생은 개인회생보다 거액의 빚을 진 사람이 이용하는 채무조정제도다.

개인회생은 담보채무 10억원 이하, 무담보채무 5억원 이하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 이보다 빚이 많으면 일반회생을 신청한다. 다만 거액의 빚을 깎아주기 때문에 개인회생과 달리 채권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변제 기간도 개인회생보다 두 배 긴 10년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큰 빚을 지는 고소득 전문직이 주로 이용한다. 최근엔 의사, 한의사 등의 일반회생 신청이 늘고 있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일반회생 신청은 2010년 83건, 2011년 108건, 2012년 114건, 2013년 99건 등이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51명이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일반회생 신청자 중 의료계 종사자가 많은 것은 병원 개원이나 확장 비용 등으로 큰 빚을 진 뒤 불황이 길어져 이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의사 A씨는 서울 압구정동에 성형외과를 열면서 은행 대출을 받고 고가의 의료장비는 리스(장기임대)로 들였다. 이자와 리스 비용 등 한 달에 갚아야 할 돈은 8000만원. A씨는 투자비를 금방 회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3년 만에 10여억원의 빚을 지고 지난해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해 전문직 종사자의 일반회생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도 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3년 전 이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이 서울에 5곳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20곳으로 늘었다.

금융회사들은 일반회생의 경우 개인회생보다 탕감해줘야 할 빚이 많기 때문에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과거처럼 돈을 잘 번다는 이유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수 있어서다. 은행 여신심사 담당자는 “고소득 전문직의 연체율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며 “대출 한도 등 여신 심사를 과거보다 깐깐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배석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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