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에 항변한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입력 2015-02-12 21:59  

현장에서

서울반도체 300억 손실
R&D 과다 비용 지적에
"단기 적자라고 감축 못해"



[ 안재광 기자 ] “재고가 많은데 제품이 제대로 팔리기는 하는 것인가.” “원가경쟁력을 상실한 것은 아닌가.” “연구개발(R&D)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 같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빌딩에서 서울반도체의 실적발표회가 열렸다. 애널리스트들은 성토하듯 질문을 쏟아냈다. 서울반도체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나 TV에 들어가는 패키지를 만드는 회사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4위까지 올랐고 2013년 매출 1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4분기에 3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연단에 선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사진)은 고개를 떨구며 “기대에 못 미쳐 착잡하다”고 했다. 하지만 관련 질문에는 투자자 관점에서 본 ‘모범답안’은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재고가 4분기에 너무 많이 늘었는데 이걸 줄여야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 사장은 재고를 열심히 줄이겠다는 대답 대신 “나는 기업가이고 기업가는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리드타임(고객사 주문이 나온 시점부터 공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1분기에도 재고자산을 많이 가져간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답했다. 원가경쟁력 하락에 대한 지적에도 그는 “(원가경쟁력이 있다는) 중국 경쟁사는 판매한 제품의 10% 정도가 불량일 정도로 품질이 떨어진다”며 “비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보다 품질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R&D 비용 관리를 지적하는 애널리스트에게는 “작년에 900억원가량 썼는데 중국 경쟁사는 3분기까지 30억~40억원밖에 안 썼다. R&D를 줄여도 3~4년 먹고사는 것은 문제없지만 우리 꿈은 세계 1위다. R&D 비용은 못 줄인다”고 맞섰다.

이 사장의 이 같은 답변에 일부 애널리스트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평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기업과 수차례 특허소송에서 이겨 이 사장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실적발표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오너 경영자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과는 내년 이 자리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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