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어디까지 해봤니④]라스베이거스에서 여의도까지…'잭팟' 찾아온 그녀

입력 2015-02-15 09:21  

[ 박희진 기자 ] 주식 시장이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여의도 증권가를 둘러싼 공기도 답답하기만 하다. 증권가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와 펀드 매니저들의 한숨도 커져만 간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의도를 떠나는 증권맨도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

이런 때에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뒤로 하고 여의도로 입성한 증권맨이 있어 화제다. 부사장에서 평사원이 된 이코노미스트에서 서래마을을 주름잡던 셰프 출신 애널까지, 여의도에 새 숨을 불어놓고 있는 이들을 [한경닷컴]이 만나봤다. <편집자 주>


'잠들지 않는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활기가 넘친다. 화려한 호텔과 카지노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인파보다 많은 현금이 눈앞에서 오고간다.

지구 반대편에도 잠들지 않는 도시가 있다. 눈부신 네온사인은 없지만, 책상앞 증권맨들이 켜둔 형광등 불빛에 서울 여의도의 밤은 언제나 환하다.

"두 곳 모두 '기회의 땅'이죠. 처음 미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도, 다시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정했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는 곳에서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고 싶었거든요."

채지아 대신자산운용 리서치본부 연구원(28·사진)은 2년 전 기회를 찾아 라스베이거스에서 여의도로 왔다. 입사 3년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를 [한경닷컴]이 지난 11일 만났다. 화려한 카지노 대신 여의도 사무실을 선택한 진짜 이유를 듣기 위해서다.

◆ 카지노 영업장 누빈 2년…'숫자' 뜯어보는 눈 길러

어렸을 적부터 호텔업에 뜻을 뒀던 채 연구원은 2007년 경희대 호텔경영학과에 수석입학했다. 이후 세계 호텔업계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 네바다주립대 호텔경영학과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호텔에서 실무 경험을 쌓도록 했습니다. 저도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다가 운 좋게 2010년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호텔 카지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죠. 이것을 인연으로 인턴까지 거치면서 2년 정도 카지노에서 일했습니다."

카지노에서 채 연구원이 맡았던 업무는 '피트 클러크(Pit Clerk)'였다. 피트 클러크는 카지노 영업장에서 카드 딜러와 게임 감독자인 피트 보스(Pit Boss), 환전소를 연결해주는 사람이다. 게임 참가자의 신용을 평가하고 현금을 칩(게임머니)으로 교환해주는 일련의 과정에서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각각의 담당자를 이어주는 역할이다.

"카드 딜러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피트 클러크입니다. 카드 딜러는 게임 테이블에서 게임만 진행하지만, 피트 클러크는 게임 영업장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돈의 흐름을 지켜보니까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배팅 패턴이나 카지노의 수익 구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6개월 동안은 카지노 컴플라이언스부로 자리를 옮겨 일했다. 매일 현금과 칩의 출납부를 검토하면서 돈세탁 등이 의심되는 비정상적인 기록들을 골라내는 일을 담당했다.

채 연구원은 특히 컴플라이언스부 경험을 통해 숫자로 기록된 문서를 꼼꼼히 뜯어보는 눈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재무재표 등을 분석하고 의문점을 제기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이유도 당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 "이제 여의도가 '기회의 땅'"…주식·카지노 공통점?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리를 잡아갈 때 즈음 채 연구원은 돌연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는 여의도 입성 이유에 대해 "더 큰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한 이유는 오롯이 제 능력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미국에도 많은 장벽이 있었어요. 특히 미국 호텔업계에서 동양인 유학생 신분으로 경력을 쌓는데는 한계가 있었죠."

라스베이거스의 민낯을 확인한 그는 오히려 자신이 노력하는만큼 좋은 기회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증권업계라고 판단했다.

실제 대학 진학 당시 호텔학과 경영학을 두고 고민할 만큼 증권금융업에 꿈이 있었던 그는 대학에서 재무를 부전공하고, 미국 호텔 회계부에서 일하며 경窩?쌓았다. 그는 마침내 2013년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그룹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주식과 카지노는 '확률과 심리의 싸움'이란 점 말고도 공통점이 많아요.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역동적인 분위기란 점에서 같습니다. 예전에는 카지노 영업장에서 전세계 사람들을 만났다면, 지금은 여러 기업들을 탐방하며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죠."

새로운 경험과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채 연구원이 주식과 카지노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는 증권업도 넓은 의미로는 서비스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찾아서 전달하고 만족을 주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제가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 라스베이거스서 느낀 中 영향력…한국서 더 커질 것

채 연구원은 리서치본부에서 카지노주(株)를 포함해 4~5개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국내 카지노주가 반등하려면 일단 중국 경기 성장세가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지노는 필수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곳 중 하나입니다. 한국 카지노업계는 중국 고액 게임자들의 영향력이 커 중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죠."

실제 국내 카지노주는 중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인 2011년~2012년에 호황기를 지내다 최근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불황을 겪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채 연구원이 요즘 카지노주 대신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화장품 여?등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수혜주다.

"라스베이거스에서부터 중국인들의 영향력을 체감했었어요. 카지노 VIP룸 고객의 90%가 중국인이었고, 중국인 전담 마케팅팀만 다른 나라보다 4배 더 많았으니까요. 미국 카지노뿐 아니라 우리나라 각 산업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더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화장품주의 경우 중국 수혜 뿐 아니라 여초시대 진입과 여성들의 소비 신장 추세와 연결돼 향후 고성장이 기대된다는 의견이다.

"아무리 증권업황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잘 찾아보면 기회는 반드시 있거든요. 단순히 '돈 놓고 돈 먹기'식으로 운을 바란다면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앞서 부지런히 정보를 찾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그 노력에 보답하는 곳이 증권업계입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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