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끊어져버린 인천-제주 뱃길, 무엇을 말하고 있나

입력 2015-02-16 20:34  

한국의 가장 큰 섬과 수도권을 바닷길로 잇는 제주~인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작년 4월 세월호 참사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선박안전 규제 강화에만 골몰했을 뿐 운항 재개 의지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더구나 운임을 규제하면서 선령(船齡)이 낮은 비싼 선박을 투입하라는 암묵적인 주문이었다고 한다. 제주~인천 노선에 관심을 갖는 사업자가 없다 보니 정부는 선정 공고조차 못 내고 있다. 한 해 평균 12만명이 이용하던 노선이,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죽은 노선’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안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드높아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만큼은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대형사고가 났다고 전면 금지하고 규제만 다락같이 강화하는 것이 대책일 수는 없다. 세월호 사고도 규제와 매뉴얼이 부족해서 일어난 게 아니었지 않나. 그런 점에서 해양수산부가 연안여객 운송시장의 안전과 서비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며 지난주 국무회의에 보고한 개선방안을 보면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 감을 못 잡은 것 같다. 사업자 공모제로 진입 장벽을 철폐하겠다는 게 골자인데, 지금 사업구조에서 수지타산을 맞출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본란에서 누차 지적했듯이 세월호 사태의 근본원인은 연안여객의 영세성에 있다. 선박을 교체하든, 안전시설에 투자하든, 우梔굻坪?육성하든 돈 없이 될 일은 없다. 연안여객 선사의 3분의 2가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영세업체이고 절반이 적자인 마당이다. 4척 중 하나는 선령 20년이 넘어 조만간 세월호 수준이 된다. 이런 영세 구조에 민간을 경쟁시켜 항공 수준의 안전체계를 갖추겠다니 어이가 없다.

적자 연안여객에 서울 시내버스처럼 공영제를 도입하겠다던 방침도 엄청난 재원부담 탓에 쏙 들어갔다. 결국 공영제는 돈 없어 못 하고, 사업자 공모는 돈이 안 돼 못 하는 꼴이다. 한동안 국가개조 운운하던 정부가 여태껏 한 일이라곤 국민안전처 신설로 정부조직을 늘린 것뿐이다. 안전 대책이든, 서비스 개선 대책이든 연안여객의 경제성 분석부터 철저히 해보고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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