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보재정, 4조6000억원 최대 흑자…불황에 아파도 병원 안 찾아

입력 2015-02-16 22:50  

[ 고은이 기자 ]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4조5800여억원에 이르는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전망치보다 2조원가량 흑자폭이 커졌다. 국민들이 건강보험 진료비를 예상보다 훨씬 덜 썼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14년 건강보험 재정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흑자는 사상 최대인 4조5869억원에 달했다. 누적 적립금도 12조8072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건보 재정은 2010년만 해도 1조3000억원 적자였지만 2011년 6000억원 흑자로 돌아선 뒤 4년 연속 흑자행진이다. 그것도 예상 밖의 대폭 흑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4~2018 중기재무계획’에서 작년 건보 재정 흑자폭을 2조5000억원가량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진료비 지출이 전망치보다 1조9000억원가량 적었던 반면 보험료 수입은 1500억원가량 많아 흑자폭이 전망치보다 2조원 넘게 커지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건강보험 지출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건보 재정 전망치보다 실제 흑자 규모가 확대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진료비 지출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를 한국의 의료 수준이 어느 정도 성숙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건강검진이 정착하면서 암 발생률이 2012년 1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환자 회복이 빨라지는 등 장기입원도 줄었다는 것이다. 작년엔 특별한 전염병이 없었고 황사도 심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경기 부진으로 환자들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료이용률은 실업률과 전월세 상승률 등 경제지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외래진료만 받고 입원은 포기한 저소득층이 늘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보 재정 흑자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적자 전환 시기가 1~2년가량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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