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표시 부채 9조달러, 시한폭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월 정례회의 의사록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시장참여자들이 주목한 부분은 “많은 위원들이 예상보다 이른(premature) 금리 인상이 견고한 경제활동과 고용시장 개선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등 현지 언론들은 Fed가 금리정책의 정상화(금리인상)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금리인상 美 경제 역풍 우려
Fed를 ‘신중하게’ 만든 이유는 뭘까.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은 Fed가 미국 경제상황 외에도 대외 경제 여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 전체에 악 영향을 미치고 미 경제가 '역풍'을 맞을 있을 것으로 Fed가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Fed는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스필오버(spill-over)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흥국 재무장관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제로(0)금리에 이어 '양적완화(돈을 풀어 시중의 채권의 매입을 하는 경기부양책)'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Fed가 금리를 올릴 경우,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신흥국 등 글로벌금융시장에 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Fed의 금리인상은 강(强) 달러 현상과 상승작용을 하면서 달러 표시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신흥국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달러부채 9조 달러 ‘풍전등화’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기업(금융회사 제외)들의 달러표시 부채는 9조 달러에 이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0% 증가한 금액이다. 미국이 2008년 말 이후 제로(0) 금리정책을 지속하자 신흥국 기업 등은 금리가 자국보다 상대적으로 싼 달러로 자금을 조달했다. 채권발행의 경우도 현지 통화로 하지 않고 달러 표시로 발행했다. 달러 표시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1조1000억 달러에 이른다. 그 다음은 브라질로 3000억 달러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에는 이미 자본유출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매닉 나라인 UBS 통화담당 애널리스트를 “중국 정부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장관이 미국은 금리인상의 파장을 고려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6월 금리인상 시작돼도 속도는 느릴 것”
블룸버그통신은 Fed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달러 부채를 잔뜩 안고 있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부채상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글로벌경제의 회복 기조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캐나다와 홍콩의 주택시장에서부터 중국과 터키의 자본유출에 이르기까지 파급효과가 어떤 충격을 줄지 예상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폴 시어드 S&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인상의 방아쇠를 당기면 유동성이 전 세계적으로 마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신흥국을 포함해 전 세계 자금이 미국의 높은 경제성장세와 고금리를 찾아 대 이동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금리인상→국제자금 미국 이동→달러 강세 심화→글로벌자금 이동 가속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에드윈 트루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Fed가 6월에 기준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이후에는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보면서 신중하게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Fed는 2004년부터 2006년 기준금리를 연 1%에서 연 5.25%까지 인상했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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