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규모에도 연일 북새통
[ 강창동 기자 ]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 이면도로에 있는 커피전문점 ‘카페두다트’는 주택을 개조해 만든 커피전문점이다. 담장을 없애고 정원을 이용해 자연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1층 입구 왼쪽에는 커피콩을 볶는 로스팅 기계가 설치돼 있고 2층은 홀로 꾸며져 있다. 이 점포가 있는 곳은 주택가 골목길이다. 유동인구가 별로 없는 한적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과 원두를 사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직접 원두를 로스팅해서 팔기도 하고, 커피 추출 방식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드립커피도 맛 볼 수 있는 ‘로스팅 하우스’이기 때문이다. 이 커피전문점을 찾는 고객은 향이 깊고 풍부한 커피와 원두를 찾는 커피 마니아들이다. 1·2층 총 319㎡(약 96.5평) 규모인 이 점포의 월 매출은 3800만원, 순이익은 1100만원 정도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바리스타 하수연 점장(26·여)은 “드립 커피를 맛보려는 손님과 원두를 직접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시장은 ‘빅뱅’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끝이 없다. 지난해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생두와 원두 등 커피(조제품 제외) 수입 중량은 9만9372t으로 2013년 같은 기간의 수입중량(8만3693t)에 비해 18.7% 늘어났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한국인들이 섭취하는 단일음식 가운데 주당 12.3회를 마시는 커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규 커피전문점은 잇따라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져 기존 점포 중 폐업하는 점포도 증가하는 추세다. 평범한 커피점들이 생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로스팅 하우스’라 불리는 전문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매장에서는 커피 로스팅 기계를 설치, 매장에서 직접 볶은 원두로 커피를 추출해서 판매한다. 로스팅 하우스는 커피 마니아들을 상대로 스페셜티·드립·더치 커피 등을 내놓는 것과 함께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로스팅 하우스가 일반 커피점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커피맛의 깊이와 향 때문이다. 커피콩을 넣고 섭씨 200도 이상 고온에서 20~30분간 열을 가해 황갈색 원두로 바꾸는 것이 커피 공정의 기본 원리지만 온도와 습도, 원산지별 커피콩의 특성, 가열 시간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로스팅 하우스의 등장
국내 1세대 바리스타인 여선구 대표(42)가 운영하는 서울 삼청동의 커피전문점 ‘연두’도 이런 로스팅 하우스 개념의 커피전문점이다. 15년간 스페셜티급 생두 痔蹈?미디엄 로스팅 기술개발로 터득한 노하우로 커피를 추출한다.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하고 깊은 맛이 나는 드립 커피와 차가운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만드는 더치 커피가 유명하다. 더치 커피는 카페인이 적고, 마실 때 향긋한 와인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어 ‘커피의 눈물’이라고도 불린다.
‘압구정 커피집’도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 커피 맛으로 유명한 집이다. 핸드드립 커피 가격은 5000원 선으로 일반 커피점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마니아가 많아 테이크아웃해 가는 사람들이 많다. 여의도의 로스팅 전문 커피숍 ‘주빈커피’도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프랜차이즈그룹인 SPC도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커피앳웍스’를 강남역 SPC스퀘어에 냈다.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받은 생두 가운데 상위 7%의 최상급 원두를 사용해 뜨거운 물을 원두에 내리는 드립커피와 고온·고압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제공한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커피점은 점포의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정설로 통용됐지만 최근 급증하는 로스팅 하우스는 좋은 원두 확보와 로스팅 기술이 커피점의 새로운 경쟁력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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