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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중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은 곳이 있다. 반면 현지인에게는 인기가 좋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려운 곳도 없지 않다. 어디가 더 나을까. 이왕이면 토박이가 즐겨 찾는 곳에서 여행의 진수를 체험할 확률이 더 높다. 일본 온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관광경제신문은 최근 ‘제28회 일본 온천 100선’을 발표했다. 일본의 온·오프라인 여행사와 주요 철도 및 항공사 등 여행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7~10월 실시한 조사 결과다. 최대 5곳의 온천을 중복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총 투표 수는 2만6671표에 달하며 온천의 전체적인 분위기, 수질, 향토 식문화 등의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선정했다. 일본관광청과 일본여관협회 등 관광 관련 8개 단체가 후원할 만큼 신뢰도가 높다. 온천의 최신 현황을 잘 알고 있는 여행전문가들의 투표를 통해 어떤 온천이 인기가 높은지 분석하고, 온천 간 경쟁을 이끄는 것이 조사의 목적이다.
수많은 온천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혼슈(本州) 중앙부에 있는 군마현의 구사쓰 온천이 1위를 차지했다. 이번 1위 수상으로 12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변함없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2위는 오이타현의 유후인 온천이 선정됐다. 자연, 문화, 전통에 뿌리를 둔 노력이 일본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이유였다. 기후현의 게로 온천이 3위, 오이타현의 벳부 온천이 4위, 효고현의 아리마 온천이 5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조사에서 오랜 기간 부동의 3위를 차지했던 홋카이도의 노보리베쓰 온천은 3계단 하락한 6위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에히메현의 도고 온천은 1계단 상승한 7위, 명천으로 이름난 구마모토현의 구로카와 온천이 8위, 검은 모래 온천으로 잘 알려진 가고시마현의 이부스키 온천이 9위를 차지했다. 효고현의 기노사키 온천은 올해 10위권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명소로 등극했다.
매년 새롭게 선정하는 일본 온천 순위를 참조하면 온천 선택에 대한 고민이 크게 줄어들겠다. 그중에서 한국인도 흠뻑 빠질 만한 온천 5곳을 좀 더 들여다 보자.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수많은 온천을 제치고 상위권에 오른 온천은 그만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역사와 전통, 편안한 숙소, 맛있는 식사 외에도 직원들의 서비스와 분위기, 운영 노하우, 효과적인 홍보 등이 고루 작용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온천마다 특성은 각기 다르다.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간다면 더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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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병 빼고 多 고친대" 군마현 구사쓰 온천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약 163㎞ 떨어진 구사쓰는 모든 곳에서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마을이다. 온천의 수량이 매우 풍부한데 분당 3만2300L의 온천수가 펑펑 솟아난다니 놀랄 만하다.
구사쓰 온천수는 특유의 효능 때문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상사병만 빼고 다 고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강한 산성수라서 세균이 들어가면 10분 만에 죽고, 1엔 동전은 1주일이면 다 녹아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구사쓰에선 피부과 병원을 찾기 어렵다. 숨을 쉬듯 온천을 하는 주민들에게 피부질환은 먼 나라 이야기이기 때문. 일본 온천 순위에서 12년 연속 1위를 지킨 중요 이유이기도 하다.
그 효능에 반한 옛날 막부의 초대 장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구사쓰 온천수를 나무통에 가득 채워 에도성까지 운반해서 썼다. 산성이 강해 오래 있으면 치아를 까맣게 만든다니 할 말이 없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구사쓰의 핵심 시설인 ‘유바타케(온천탕 밭)’가 있다. 나무통이 죽 늘어선 독특한 곳으로 온천수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최고 90도가 넘는 구사쓰 온천수는 너무 뜨거워서 그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찬물을 섞으면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무통을 거치게 해서 자연적으로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구사쓰에서 꼭 봐야 하는 것이 ‘유모미’다. 온천수가 워낙 뜨겁기 때문에 예전에는 1.8m 길이의 나무판을 사용해 직접 물을 저으며 식혔는데 이를 유모미라 부른다.
구사쓰 온천 홈페이지 kusatsuonsen-international.jp/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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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의 그 곳, 오이타현 유후인 온천
규슈 오이타현에 자리한 유후인은 일본 온천 순위에서 2위에 오른 곳으로 한 해 40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 등이 유후인을 배경으로 제작됐으니 애니메이션 팬에겐 더욱 친숙한 곳이다.
유후다케 산에 둘러싸인 유후인은 조용하고 깨끗한 분위기 때문에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온천 마을이기도 하다. 교통편이 불편한 다른 온천지역과 달리 후쿠오카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편리한 접근성도 인기 요인이다.
유후인의 온천수는 신경통, 근육통, 관절통, 피로 회복 등에 좋고, 각자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료칸이 140여개나 있어 선택의 즐거움이 크다. 오래 머무르는 여행객 중에는 매일 다른 료칸에서 숙박하는 이들도 있다. 여타 온천지역과 달리 유후인은 전통의 모습을 보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건물 층수를 제한하거나, 온천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상가의 입점을 거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지금도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유후인의 매력은 단지 온천에만 그치지 않는다. 작은 미술관, 갤러리, 잡화점, 공방, 식당, 카페 등의 소소한 매력이 가득하다. 개성이 강한 작은 가게들에서 쇼핑하기도 좋아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차가운 물과 온천수가 만나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긴린코 호수 풍경도 유후인이 연출하는 절경 중 하나. 영국의 9인승 클래식카를 개조한 교통수단 ‘스카보로’는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독특함마저 더한다.
유후인 온천 홈페이지 yufuin.or.jp/glo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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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나를 되찾다…구마모토현 구로카와 온천
시끌벅적한 대규모 온천보다는 소박하고 조용하게 쉬고 싶다면 구마모토현의 구로카와 온천이 제격이다. 후쿠오카에서 2시간30분 정도 떨어진 구로카와 온천은 해발 700m의 산 위에 있다. 아담하지만 세련된 료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대형 숙박시설이 없다보니 단체보다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 등의 소규모 그룹에 알맞다. 새소리가 들리는 푸른 산 속 노천탕에서 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쉬려는 방문객으로 늘 붐빈다.
료칸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것은 구로카와 온천의 자랑. 구로카와 온천에는 약 27개의 온천이 있으며, 각각의 온천마다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어서 인기가 높다. 신경통, 관절통, 베인 상처, 만성 피부병, 부인병, 동맥경화증, 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다.
구로카와 온천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잔테이’ 료칸은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청정 1급수를 사용하는데 그냥 떠 마셔도 무방할 정도다. 저녁에 화톳불이 피워지면 주변이 금세 아늑한 공간으로 바뀐다. ‘오쿠노유’ 료칸도 인기다. 구로카와 온천가에 ?조금 떨어진 치쿠고 강 옆에 있는데, ’가장 일본답다’고 느낄 만한 료칸 중 하나다.
꼭 료칸에 투숙하지 않아도 쉽게 온천을 체험할 수 있다. 료칸 투숙객들이 이용하는 노천탕에 지나가는 여행객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구로카와 온천여관조합(가제노샤)에서 파는 마패 모양의 ‘온센 메구리’는 일종의 온천 자유이용권이다. 이것만 있으면 구로카와 내 료칸 중 3군데를 자유롭게 골라 온천욕을 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구로카와 온천 홈페이지 kurokawaonsen.or.kr
문학의 향기가 녹아있네...효고현 기노사키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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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가 녹아든 기노사키 온천의 진정한 매력은 7개의 공동 목욕탕을 돌면서 온천을 즐기는 ‘소토유메구리’다. 숙박시설이 없는 공중 욕탕을 소토유(外湯)라 부른다. 기노사키에 있는 사토노유, 지조유, 야나기유, 이치노유, 고쇼노유, 만다라유, 고우노유 등 7개의 소토유를 순례하는 이색 체험이 소토유메구리다. 한 곳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쉬운 이들에게 딱이다. 온천마다 각기 다른 원천, 다른 효 ?가졌기 때문에 돌아보는 재미가 있으며, 모두 다 방문하면 복이 온다는 말에 관광객의 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소토유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고쇼노유는 피부 미용에 좋다는 온천수 때문에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특히 실내욕장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탁 트인 전망을 보면서 온천하는 즐거움도 색다르다. 온천과 더불어 자연의 파노라마도 만날 수 있다. 기노사키 온천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는 기노사키 온천 로프웨이가 있다. 이것을 타고 다이시산 정상에 오르면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기노사키 온천 홈페이지 kinosaki-spa.gr.jp/glo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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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가장 오래된 곳...에히메현 도고 온천
3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에히메현 마쓰야마시에 있는 도고 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한국에서도 흥행했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한 목욕탕이 도고 온천 건물에서 따온 것이다. 도고 온천의 알카리성 온천수는 미끈미끈하며 미용 효과와 신경통, 류머티즘, 위장병, 피부병, 통풍, 빈혈 등에 좋다고 한다. 워낙 오래된 곳이다 보니 신화가 남아 있다. 몸이 아주 작은 스쿠나히코나노카미라는 신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났고, 도고 온천에서 목욕한 후 건강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또한 6세기께 일본 불교를 중흥시킨 쇼토쿠 태자가 즐겨 찾았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萬葉集)에서도 이름을 찾을 수 있다. 현재의 도 ?온천 건물은 1894년 지어졌다. 3층 규모의 목조건물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일본 왕실 전용 온천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도고온천 본관 동쪽의 유신덴은 1899년 완공 이후 여러 ‘높으신’ 사람들이 방문했던 곳이다.
도고 온천 건물을 중심으로 주변에 약 100개의 온천탕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도고 온천역 근처에는 ‘가라쿠리 봇짱(도련님) 시계탑’이 있다. 정시가 되면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의 등장인물들이 시계탑 안에서 나온다. 시계탑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할 준비를 하며 즐거워하는 여행객 속에 있으면 어느 새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듯하다.
도고 온천 홈페이지 dogo.or.jp
료칸 정보
료칸에 도착하면 오카미상(여주인)이 손님을 맞이한다. 오카미상은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접객 부분의 최고 책임자이자 료칸의 얼굴이다. 료칸 객실은 크게 화실(일본식), 화양실(일본식과 서양식이 조화된 것)로 나뉜다. 화실에는 일본식 전통 장판(다다미)이 깔려 있고, 화양실에는 다다미방과 트윈 침대가 준비된다. 손님이 온천에 가면 직원들이 방에 이불을 미리 깔고 잠자리를 챙겨준다. 료칸 특유의 가이세키 요리는 꼭 챙겨먹자. 각 지역의 특산품과 제철 재료로 맛을 낸 일본 전통식인 만큼 이국적인 느낌과 특별한 대접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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