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탈세 방조 사과하더니…HSBC CEO도 비밀계좌 보유 파문

입력 2015-02-23 21:27   수정 2015-02-24 03:45

[ 강동균 기자 ] 유럽 최대 은행 HSBC가 스위스 지점을 통해 고객 10만명의 비밀계좌를 운영하며 탈세를 도운 사실이 폭로된 가운데 이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도 스위스 계좌에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스튜어트 걸리버 HSBC CEO(사진)가 파나마에 회사를 세워 HSBC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자금을 숨겨놨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걸리버 CEO가 2007년 파나마에 등록된 회사 ‘우스터 에쿼티스’라는 이름으로 스위스 계좌에 760만달러(약 84억원)를 넣어놨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걸리버가 영국 내 비거주자 세금 규정을 적용받아 역외소득 및 자본이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에 거주하지만 세금과 법률 사항에 관한 주소는 홍콩으로 해놨다.

HSBC 대변인은 “파나마 회사 이름으로 등록한 계좌는 걸리버가 홍콩에서 일하며 받은 보너스 급여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당시 받았던 총 급여에 대한 세금은 홍콩 세무당국에 성실히 납부했다”고 밝혔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 8일 HSBC 스위스 지점이 세계 권력자와 부자 10만여명의 비밀계좌를 관리하면서 탈세를 도운 사실을 폭로했다. 이와 관련, 걸리버 CEO는 “2008년 이후 스위스 지사는 완전히 재편됐다”며 영국 일간지에 공개 사과문을 담은 전면광고를 싣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자신도 탈세 의혹에 휩싸이면서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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