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비즈니스&스포츠] 스포츠 감독과 기업 CEO

입력 2015-02-24 07:01  

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스포츠산업


“이미 기울어진 경기를 감독이 이기게 하기는 어렵지만 다 이긴 경기를 감독이 잘못해 망치는 경우는 숱하게 봤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의 말이다. 그는 흐름을 중시한다. 이길 수 있는 경기라면 그 흐름이 좋았다는 것이고 거기엔 감독과 코치도 필요없을지 모른다. 나서지 않고 지켜보는 것, 이것은 어지간한 참을성이 아니면 어렵다. 선수 시절부터 이기는 방법을 보고 익힌 경험과 통찰력이 승리의 리더십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기업에서는 어떨까. 직원들이 잘하고 있을 때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우선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지는 경기인 스포츠와 달리 기업에서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실제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잘되고 있는지, 잘 못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조바심을 낸다. 간섭하고 통제하려 한다. 특히 신규 사업일수록 그렇다. 피터 드러커는 “50배는 벌어야 제대로 된 신규 사업”이라며 “그렇게 벌기 전까지는 기존 사업과 비교하지 말고 내버려두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대기업일수록 몇 달, 길어도 1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실패로 보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팀의 감독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직업인들이다. 성공과 명예, 그리고 부의 상징이다. 감독과 CEO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감독은 선수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장단점을 살펴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장점을 기를 수 있도록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고된 훈련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대부분 젊은 선수들에게 감독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이에 비하면 CEO는 각양 각층의 사람들로 이뤄진 전체 회사를 통솔해야 한다. ‘숫자’로 얘기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읍참마속의 결단도 내려야 한다. 그래서 CEO는 아버지 같은 대접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감독과 CEO를 묶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경영자라는 사실이다. 감독은 코치(coach)라는 단어와 혼용해 쓰기도 하지만 주로 매니저(manager)라고 부른다. 매니저는 관리자를 의미하고 이 관리자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이 경영자다. 경영이란 현재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갖고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좋은 선수나 직원들을 데리고 있으면 누구라도 성공할 것 같지만 누가 감독이 되느냐 또는 CEO가 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여기에 경영의 묘미가 있다. 꼴찌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감독도 있고 망해가는 기업을 살리는 기적의 경영자도 있다. 그 승부를 가르는 것이 바로 경영 능력이고 감각이고 철학이다.

거스 히딩크가 한국에서 스포츠 리더십의 전형을 보인 이후 많은 스타 감독이 나타나고 있다. 만년 꼴찌 우리은행을 최강팀으로 이끈 위성우 감독, 프로야구 한화팀에 부임해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김성근 감독,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에 또 다른 희망을 준 슈틸리케 감독(사진)이 그들이다. 이들이 올리는 경영 성과가 기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길 기대해본다. 대부분 회사의 주총이 끝나는 3월은 스포츠 시즌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놀라운 성과를 많이 내 스타 CEO가 쏟아지기를 바라 본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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