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본시장 조사단, 한신공영 의혹 직접 처리
회사채 금리 낮추려 적자를 흑자로 조작 혐의
분식회계에 '부정거래 금지' 첫 적용할지 주목
[ 하수정 / 오상헌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25일 오후 4시30분
‘금융 특수부’로 불리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조사단(자조단)이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한신공영에 칼을 빼들었다.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재무제표를 토대로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 과정에서 금리를 낮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부정거래’ 의혹이 제기돼서다.
자조단은 최근 한신공영과 2009년 이후 감사를 맡았던 한영회계법인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금지 위반 조항을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이 아닌 자조단이 기업의 분식회계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를 부정거래 금지 조항으로 처벌하는 것도 첫 사례다.
○분식 처벌 나선 ‘금융 특수부’
시공능력평가 24위 건설회사인 한신공영에 분식 의혹이 불거진 건 지난해 9월이었다. 한신공영이 “2009~2013년 사업보고서에 오류가 있었다”며 자진 정정공시를 낸 것. 새로 감사인이 된 삼일회계법인의 지적에 따라 이 회사가 짓는 경기 안산의 전문공구유통상가를 ‘도급사업장’(공사를 해주고 대금을 받는 사업)에서 ‘자체사업장’(시공사가 사업 주체가 되는 사업)으로 다시 회계 처리한 여파였다.
이로 인해 2013년 실적이 152억원 순이익에서 5억6000만원 순손실로 뒤바뀌는 등 흑자라고 공개했던 과거 4년치 실적이 적자로 변경됐다. 한신공영은 “회계 판단기준이 달라 일어난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자조단은 고의성을 의심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자조단은 2013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국무회의 때 내린 ‘주가조작 엄단’ 특명에 따라 그해 9월 신설된 조직.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의 컨트롤 타워’란 상징성과 검찰, 금감원 등으로부터 파견받은 정예 인력을 앞세워 CJ E&M 미공개 정보 이용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해 ‘금융 특수부’란 별칭도 얻었다. 한신공영 조사를 계기로 자조단의 영역은 단순 주가 조작에서 분식회계로 확대됐다.
○회사채 금리 낮추려 분식했나
자조단이 한신공영에 적용하려는 조항은 ‘증권을 모집·매출할 때 중요사항을 거짓 기재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자본시장법 178조다. 한신공영이 2009~2013년에 15차례에 걸쳐 회사채 4340억원어치를 발행한 만큼 회사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한신공영이 정정공시를 낸 직후인 지난해 10월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각각 한 단계씩 떨어뜨렸다. 2009~2013년 중 BBB+ 등급과 BBB 등급의 평균 회사채 발행금리 차이는 1%포인트 수준. 이 기간 중 한신공영이 채권 발행에 따라 낸 이자액이 652억원(평균 이자율 연 7.4%)인데 지금의 신용등급을 적용할 경우 80억원가량을 더 내야 했을 것으로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조사초기 단계라 한신공영의 법 위반 여부가 확인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금융시장을 상시 감시하는 금융당국이 분식회계를 부정거래로 처벌하는 선례를 만들 경우 향후 상당한 분식 예방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분식회계로 적발한 기업들은 부정거래(최고 징역 10년)보다 형량이 낮은 외부감사법에 따른 회계부정(7년)으로 처벌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동양이나 STX그룹 임직원 등에게 적용된 형법상 ‘사기’는 똑같이 징역 10년이지만, 금융당국이 아닌 검찰이 별도로 혐의를 입증했을 때만 적용할 수 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한영회계법인과 협의해 처리한 만큼 회계오류에 고의성은 없었다”며 “자조단에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하수정/오상헌/이태호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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