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동 기자 ]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지하철 6호선 월곡역 인근에서 ‘계경순대국’을 운영하는 김의재 사장(56)은 불황 때 돋보이는 스테디셀러인 순대국집을 작년 12월 중순 오픈했다. 석 달이 채 안됐지만 하루 300여명의 손님이 가게를 방문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영업자로 변신하기 전 김 사장은 직업군인이었다. 소령으로 예편한 뒤 맨 처음 한 사업은 편의점이었다. 하지만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의 특성상 체력적으로 너무 큰 부담을 갖게 되고 건강도 점차 안 좋아져 업종 전환을 고려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 않으면서 소자본으로 개업할 수 있는 외식 아이템을 물색한 끝에 계경순대국을 선택했다.
김 사장은 계경순대국 동묘점을 방문한 뒤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첫 번째 이유는 외식업의 가장 기본인 맛이었다. 얼큰하면서도 걸쭉한 국물과 푸짐한 내용물이 입맛을 당겼다.
두 번째는 불황기에 걸맞은 가격이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한 끼에 6000~7000원 하는 점심값은 직장인에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점심시간에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대기자들을 보니 거의 회사원이었다. 5000원짜리 순대국이 직장인들에겐 든든한 점심 식사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그는 외식업의 초보 창업자로 가게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가맹본부의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이 큰 보탬이 됐다. 본사에서는 순대국용 돼지고기를 삶은 후 얇게 썰어 완제품 형태로 가맹점에 공급해준다. 깍두기와 생채도 전날 매장에서 주문한 양만큼 직접 담가 가맹점으로 배송한다. 따라서 가맹점 주방에는 반찬을 담당하는 조리사를 따로 두지 않아도 된다. 주방 인건비를 20~30%까지 줄일 수 있도록 주방 공정을 단순화한 것이다.
조리 교육은 아내와 함께 2~3일간 받았다. 직접 해보니 큰 문제가 없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이 주방장과의 마찰인데, 주방장을 두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면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는 셈이다. 메뉴 구성은 순대국과 뼈다귀해장국, 안주류 등으로 짜여 있다. 점심과 저녁 매출을 골고루 올리기 위한 포석이다.
이 점포의 하루 평균 매출은 150만원이다. 59.4㎡(약 18평) 규모의 점포를 마련하는 데 임차보증금을 포함해 투자비가 총 1억5000만원 들었다. 김 사장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연간 소득 1억원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외식업 경험이 전혀 없는 내가 과연 순대국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개점한 이후 꾸준히 입소문이 나고 재방문하는 고객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올해 장밋빛 전망을 해볼 수 있는 근거”라고 덧붙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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