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인권보호 못받는 외국인

입력 2015-03-03 21:37   수정 2015-03-04 03:50

법조 산책


[ 양병훈 기자 ] 정부는 인신 구속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오로지 법원만이 사람을 잡아 가둘 수 있다.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막아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런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법조계에서 영장 없는 외국인의 인신구속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보고서는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으로 인한 외국인의 구금이 법원의 심사 없이 무기한으로 허용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출입국관리법 63조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당장 국외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이 가능해질 때까지 법무부의 판단으로 그를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 보고서에 대해 해명자료를 이례적으로 두 번 내며 적극 반박했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근거로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보호명령은 영장 발부 없이도 내릴 수 있다”며 “엄격한 사전·사후 보호조치가 있어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법무부가 거론한 헌재 판례를 찾아보니 난데없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위헌제청 사건이 나온다. 불법 음반 등을 공무원이 영장 없이 수거해도 되는지 따진 판례인데 이를 인신구금 문제에까지 확대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법무부가 거론한 또 다른 판례는 강제퇴거 외국인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인신보호법 조항이 위헌인지를 따진 내용인데 “출입국관리법이 관련 절차를 따로 정했다”는 판단이었을 뿐이다. 정작 출입국관리법에 대한 헌재 판례는 제대로 나온 게 없다.

우리 국민은 유신헌법 시절 정부가 가졌던 인신구속 권한을 1987년 개헌으로 없앴다. 설령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도 이런 원칙의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한 사회가 소수자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그 사회의 인권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양병훈 법조팀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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