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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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처음 만났다. 그는 “나는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합리적인 분들은 좋아하실 겁니다”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직원들의 경직된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외모는 좀 거칠어 보여도 부드러운 사랍입니다”고 말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나왔다. 긴장감은 사라졌다.
박 회장은 “자신과 일을 존중하는 자존감 있는 사람만이 남을 배려할 수 있습니다”는 말로 직원들의 과거 업무 성과를 인정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직원들은 그의 첫 번째 메시지를 ‘화합’으로 이해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2007년 당선된 김기문 전 회장은 직원들의 예상과 달리 상대 후보의 핵심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했다. 이들은 임기 내내 회장을 도와 홈앤쇼핑 사업을 확대하는 등 성공적으로 임무를 해냈다.
직원들이 화합 메시지를 반긴 이유는 또 있다. 이번 선거는 치열했다. 7명이 후보로 나서 5명이 본선을 치르고, 2명이 결선투표까지 벌였다. 후보 간, 조직 간 골도 깊어졌다. 김 전 회장이 “새 회장의 첫 번째 과제는 화합”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끌어안아야 할 더 중요한 사람들은 낙선 후보들이라는 얘기였다.
우려도 나온다. 공개된 부회장 명단 때문이다. 중앙회장은 사실상 부회장 임명권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이 임명한 부회장은 대부분 선거 때 함께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수퍼마켓협동조합, 인쇄정보산업조합연합회 등의 대표들이다. 박 회장은 표가 되는 비주류를 집중적으로 끌어들여 선거에서 이겼다. 하지만 현재의 부회장 명단만으로는 과거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통 제조업 쪽에서 회원사 매출 규모가 큰 대형 조합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회장은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받았다. 이날 저녁 박 회장은 김 전 회장을 만나 조직 화합을 위한 일들에 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과제는 대기업 및 정부와의 관계다. 박 회장은 선거 때 ‘중소기업 고유업종’ 부활을 공약했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 구성도 약속했다. 이 정책을 현실로 만들려면 대기업 및 정부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끝난 만큼 공약의 현실성을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 舊嗤? 국가 행사에서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만큼 경제 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김용준 중소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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