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라인 긴급 접촉…"동맹관계 악영향 안된다"

입력 2015-03-05 21:04   수정 2015-03-06 04:05

리퍼트 미대사 피습 한·미 동맹관계 파장

주미대사·국무부 관계자 "긴밀 협력" 합의
미 "폭력행위 규탄…한·미 관계 잘 다져가자"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열고 긴급 대책 논의



[ 전예진 기자 ]
한국과 미국은 5일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이 한·미동맹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된 가운데 피습 사건이 터지자 외교 당국은 분주히 움직였다.

안호영 주미한국대사와 조현동 주미한국대사관 공사는 미국에서 각각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동아태 부차관보와 만나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이슈로 비화돼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미관계를 잘 다져가자고 했다”고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새누리당 긴급최고위원회에서 보고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신속히 정보를 공유하고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주한미국대사관 측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를 한·미동맹과 ‘별개의 사건(isolated incident)’이라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리퍼트 대사와 통화해 쾌유를 기원한 뒤 “불행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맹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 의한 이 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근본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리퍼트 대사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데다 올해 초 한국에서 낳은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한국에 애정을 보였다는 점에서 국내외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피습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미 국무부는 사건 발생 1시간30여분 만에 논평을 내고 “우리는 이 같은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중요한 동맹국이자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된 국가로 평가됐던 한국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리퍼트 대사가 습격 후 피를 흘리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신들은 이번 일이 한국에 상당한 손실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반미 시위대가 한·미연합 훈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논란이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군사훈련 중 이번 사건이 일어난 데 주목했다.

한·미연합사와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일부터 시작한 한·미연합 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예정대로 계속할 방침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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