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사수’ 나선 중국…3개월 만에 금리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부터 은행의 1년 만기 위안화 대출 및 예금의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는 연 5.60%에서 연 5.35%로, 예금 기준금리는 연 2.75%에서 연 2.50%로 낮아졌다.
인민은행은 작년 11월21일 기준금리를 내렸다. 지난 ?4일에는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이번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돼 기업의 실질 이자 부담이 높아진 것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그동안 견지해온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인민은행의 설명이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의 유동성 확대 움직임은 중국 경제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민은행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인민은행이 작년 11월 약 2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금융시장에선 추가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시장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경기 부양에 대한 중국 지도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중국의 현재 경제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이 갈수록 구조개혁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는 그동안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은 이제 중국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중국 지도부가 다시 적극적인 경기부양 모드로 돌아선 주된 이유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1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로 약 5년 만의 최저로 추락했다.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지만 중국 내 수요 둔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중국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 부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중국 전국 100개 도시의 신규주택 가격은 지난 1월 3.1%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3.8% 떨어졌다.
글로벌 통화전쟁 재점화
이번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중국 경제를 회복세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민은행은 일단 작년 11월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은행의 대출금리가 소폭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지난번 기준금리 인하로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 기업 등 일부 기업이 수혜를 봤지만 민간 기업이나 중소 기업의 자금난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추가 금리 인하도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중국의 실물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였다.
중국이 글로벌 통화전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또 다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의 심각성에 조급해진 중국 정부가 성장 촉진을 위해 돈을 푸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면 조만간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미즈호증권은 이와 관련, “이달 중에 추가적인 지급준비율 인하가 단행된 뒤 다음달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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