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의 재구성…한은(韓銀)의 선택은

입력 2015-03-06 20:47   수정 2015-03-07 04:30

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 김유미 기자 ] 2015년 3월6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사무실. 모 팀장이 전화 통화를 하다가 미간을 찡그린다. 시장 전문가인 모 연구위원의 직설적인 말투 때문이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오늘자 한국경제신문이 펼쳐져 있다. 굵직한 제목은 ‘1%대 기준금리 나올까…고심하는 한은, 숨죽인 시장’. 이들의 대화를 가상으로 구성해봤다.

▶위원=거, 고심할 게 뭐가 있습니까. 그냥 내리면 되지. 다 내리라는데.

▷팀장=박사님도 참….

▶위원=이번에 애국 한번 하시라니까요. 찔끔찔끔 말고 아예 50bp(1bp=0.01%포인트) 내리면 얼마나 좋아요. 신문도 더 이상 안 떠들겠구먼.

▷팀장=그렇게 쉬운 게 아니에요. 연 2.0%는 지금도 사상 최저 아닙니까. 수시로 전화가 와요. 예금 이자로 사는 어르신들이 요즘 죽겠다는 거예요. 어떤 분은 당장 금리 올리라고 막말을 하시는데….

▶위원=에이, 그건 恥裏訣? 물가가 거의 안 올랐잖아요. 실질금리(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금리)는 예전보다 올랐다니까요. 금리 마이너스인 나라가 얼마나 많은데.

▷팀장=물가만 신경 써도 되면 벌써 금리 낮췄죠. 그런데 가계부채는 어떡합니까. 작년 말부터 엄청 늘었잖아요. 금리 떨어뜨리고 몇 년 뒤 거품 우려 나오면 또 다들 그러겠죠. 한은이 금리 너무 낮춰서 그렇다고.

▶위원=역시 ‘기-승-전-가계부채’라니까요. 스웨덴 중앙은행을 보세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70%예요. 유럽에서도 제일 심각합니다. 그런데 금리는 작년부터 계속 내리고 있죠? 그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스웨덴 중앙은행이 두 손 들어버렸다니까요. 이제 보수적인 곳이 지구상에 딱 하나 남아 있죠. 바로….

▷팀장=상황이 다릅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최근에 거의 선언을 했어요. ‘가계부채는 우리 책임 아니다’라고. 부채는 정부가 책임져라. 우리는 경기부터 살려놓겠다 이거죠.

▶위원=한은도 가계부채 문제에 지금처럼 총대 멜 필요 없어요. 금융위원회도 있고 기획재정부도 있는데….

▷팀장=그게 말이 쉽지, 한은법을 보세요. 중앙은행 첫 번째 목표가 ‘물가 안정’인데 금융위기 이후에 ‘금융 안정’까지 추가됐습니다. 가계부채가 딱 금융안정 문제이지 않습니까. 목적이 여러 개면 수단도 여러 개여야죠. 그런데 기준금리 하나로 다 만족시키려니 힘들죠.

▶위원=아직도 목적 조항 갖고 고민 하세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포함해서 해외에선 상당 부분 정리됐을 텐데요. 물가가 우선이고 금융안정은 부가적인 거라고요. 한은법에서도 금융안정 조항이 뒤에 나오잖습니까.

▷팀장=글쎄요. 국제결제기구(BIS)는 금융안정을 똑같이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이고요.

▶위원=어휴. 그렇게 이것저것 다 생각하면 언제 움직입니까. 1990년대 일본은행이 머뭇하다가 경기부양 타이밍을 놓쳤어요. 그때 디플레 이야기 나올 때마다 ‘호황 직후의 구조조정 과정일 뿐이다’고 그랬죠. 요즘 중앙은행들 완화 행진 보면 ‘개과천선’이란 말이 떠올라요.

▷팀장=그래도 금리 인하의 실익을 냉철히 따져야 한다는 겁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늘리면서 유동성은 지금도 크게 늘어나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완화정책을 사실상 강화한 거죠.

▶위원=뭐, 금리가 만능은 아니죠. 제 얘기는 한은의 근본적인 입장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굳이 총재님이 고집스러운 말씀을 하셔서 시장 심리를 가라앉힐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팀장=중앙은행은 일관된 신호를 줘야지요. 외부에서 자꾸 압박하고 억측하니까 더 어지러워지는 거죠. 요즘은 언론까지(한숨).

▶위원=한은이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저러겠어요.

▷팀장=금융통화위원 일곱 분이 잘하시겠죠.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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