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아이핀' 해킹 당하고도…사흘간 숨긴 정부

입력 2015-03-06 20:53   수정 2015-03-07 03:58

현장에서

해킹 과정 파악도 제대로 못해
브리핑은 실·국장 대신 과장이
유출 원인 놓고도 내부서 혼선



[ 강경민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으로 한창 시끄럽던 지난 5일 오전 11시51분. 기자의 휴대폰에 행정자치부 대변인실에서 보낸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공공아이핀 부정발급 사고 발생, 피해는 거의 없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있으니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공공아이핀 시스템 자체가 해킹당한 건 아이핀이 도입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잇단 개인정보 유출사고 후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공공아이핀마저 해킹 공격에 무너진 것이다. 그런데도 행자부는 기자설명회나 백브리핑을 열겠다는 계획도 없이 문자 한 통을 보낸 뒤 두 쪽짜리 보도자료만 내놨다.

결국 이날 기자들의 요구로 예정에 없던 긴급 설명회가 열리긴 했다. 하지만 설명회엔 행자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과 산하기관인 지역정보개발원 실무진만 참석했다. 대개 중요한 사안의 경우 차관이나 최소한 실·국장이 브리핑하는 것이 관례인데도, 이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행자부 일부 공무원조차 “?정도 사안이면 최소한 담당 실·국장이 브리핑을 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2일. 행자부가 언론에 알린 건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서였다. 뒤늦게서야 해킹 사실을 밝힌 이유를 묻는 질문에 행자부 담당과장은 “사고 처리 및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고 발생 후 사흘이 지났음에도 해킹 과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더 심각하다. 지역정보개발원의 실무 연구원이 “이번 해킹은 정황상 사전에 이미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한 2차 해킹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음에도 행자부 담당과장은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심지어 행자부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설명 중이던 실무 연구원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브리핑석에서 끌어내리기도 했다.

공공아이핀이 해킹당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면 즉시 언론에 알려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언론에 이런 사실을 최대한 숨기려고만 하는 행자부의 행태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사흘간 쉬쉬하다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이 발생한 날 갑작스럽게 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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