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하자니…中, 외자 '50% 초과' 불허
상호 투자 형평성 어긋나…국내 보험사 반발 가능성
승인 안하자니…법적 요건 충족했는데
뚜렷한 이유없이 거부 부담…中정부와 외교마찰 우려
[ 장창민/좌동욱 기자 ]
금융위원회가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승인할지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인수를 승인할 경우 한국과 중국 간 투자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런 원칙을 어겨가면서 국내 금융회사를 처음으로 중국 자본에 넘겼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부담이다. 반면 딱 떨어지는 이유 없이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엔 중국 정부와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금융위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쉽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됐다.
승인 시 대주주 적격성 논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이르면 다음주 금융위에 동양생명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방보험은 지난달 동양생명 대주주인 보고펀드의 보유 지분 57.5%를 1조1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하면 중국 자본으로선 국내 금융회사를 처음으로 인수하게 된다.
승인 신청이 들어 오면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게 된다. 안방보험의 재무건전성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 법령·조세·공정거래 부문 등에서 위반 혐의가 있는지를 따진다. 국제 신인도와 투자등급 등도 들여다본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법무법인에 자문하고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속내는 복잡하다.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우선 안방보험에 동양생명을 내주면 한국과 중국 간 투자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외국계 자본이 중국 생명보험사 지분을 ‘50%+1주’ 이상 인수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7%에 이르는 국내 보험사 지분을 인수토록 승인해주는 것은 상호주의 측면에서 볼 때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를 계기로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 등도 중국 자본에 줄줄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검증 안된 외국 자본에 국내 금융회사를 넘겼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안방보험이 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외형을 키워온 회사여서 국내 금융회사의 대주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안방보험 창업자가 중국 최고 권력자였던 덩샤오핑 일가와 관련돼 있는 등 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수년간 몸집을 불려온 것으로 안다”며 “동양생명을 건실하게 경영할 능력과 시스템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불승인 시 中과 외교 마찰 우려
그렇다고 陸逞?적격성이나 상호주의 원칙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데도 승인을 거부하면 외국 자본 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안방보험 인수 자문사인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법률 자문사와 함께 면밀히 검토한 결과 대주주 적격성에서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상호주의 원칙이 법적 근거가 없는 정무적 기준이란 점도 논란거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 중 미국 또는 유럽 보험사를 인수한 곳이 없는데도 국내 보험시장은 미국과 유럽에 개방돼 있다”며 “국내 보험시장에서 상호주의 원칙은 이미 깨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방보험이 최근 벨기에의 피데아보험, 네덜란드의 비밧보험 등을 인수한 사례가 있어 우리만 상호주의 원칙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 등 국가계약법상 진행되는 딜은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지만, 동양생명의 경우 민간 회사 간 딜이어서 금융당국이 승인을 거부하려면 명분이 보다 뚜렷해야 한다”며 “명분 없이 승인을 거부하면 최악의 경우 중국 정부와 외교 마찰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창민/좌동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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