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기업규제 입법] 광고에 임금 명시 '채용절차 공정화법' 등 여론끌기式 과잉 입법에 기업활동 위축

입력 2015-03-06 21:40  

도 넘은 입법폭주 (2) 지역민심 얻으려 잇단 '기업 때리기'

대형마트 영업제한 법안 고법서 위법 판결 나오자 맞대응 입법 대거 발의
시세차익 환수·이케아法 특정기업 겨냥한 표적 입법…법조계도 위헌논란 제기



[ 진명구 기자 ]
지난해 등기임원 연봉이 처음 공개된 뒤 논란이 일었다. 보수 적정성 문제와 보수 산정 기준 등을 두고서다. 그러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미실현 소득을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제도 손질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과정에서 정무위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초 미등기임원으로까지 연봉 공개 대상을 오히려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했다. 제도 손질보다는 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쪽이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의원들이 쏟아내는 법안 중에는 기업 활동을 가로막거나 위축시키는 규제·표적 입법이 적지 않다.

◆규제 입법에 기업 몸살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대응 입법이 줄을 이었다. 법원은 대형마트가 유통법에서 정하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백재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5일 대형마트의 정의를 바꾸는 유통법 개정안을 냈다. 법안에는 의류 등 특정 품목만 판매하는 전문점도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홍익표 새정치연합 의원도 대형 슈퍼마켓 등 대규모 점포가 영업을 시작하기 90일 전까지 등록하고 상권영향평가 등 검토에 전문기관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기업들이 채용대상 업무, 임금 등을 채용 광고에 명시하도록 하고 불합격하면 그 사유도 함께 고지하도록 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관은 “근로계약 내용 고지와 계약서 교부 등은 이미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있는 것”이라며 “청년 고용 관련 이슈를 끌고 가려고 우후죽순 과잉 입법이 나오는데 입법의 비효율만 증가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이력서까지 법으로 통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규제가 강해질수록 채용시장은 오히려 좁아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 겨냥한 ‘표적 입법’

특정 기업과 특정인을 겨냥한 ‘손보기식 과잉 입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17일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횡령·배임으로 얻은 이익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국가가 환수하도록 하는 법이다. 1999년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등을 통해 벌어들인 시세차익을 몰수하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특정인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급입법이기 때문에 위헌법률 심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타깃이 됐다. 이언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16일 대기업 일가나 친인척이 이사 등으로 근무하면서 직권 남용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직무정지, 면직, 복직금지, 손해배상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제안 취지에서 “대기업 일가가 손해를 끼치고도 재벌 총수의 일가친척이 회사의 임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적절한 손해배상이 이뤄지지 않는 등 책임을 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 공식 상륙한 이케아를 겨냥한 입법도 쏟아지고 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월14일 전문점도 대형마트 규제에 포함시키는 유통법 개정안을 냈다. 손 의원은 “최근 국내에 개장한 이케아는 가구뿐만 아니라 관련 잡화를 함께 판매하고 있음에도 현행법상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영업시간의 제한 등을 받지 않아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명구 기자 pmg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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