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서 쑥쑥 크는 '빅데이터 보험'

입력 2015-03-09 21:05   수정 2015-03-10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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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제공 땐 보험료 절반…가입자 분석해 적정 요율 산정

3년 내 시장 3~4배 커질 듯



[ 노경목 기자 ] 영국 남부에 사는 27세 여성 데니스 스미스는 작년 말 몰던 소형차를 처분하고 중형차를 샀다. 차가 커졌지만 보험료는 연 700파운드에서 연 300파운드로 떨어졌다. 비밀은 새 차 구입에 앞서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글로벌 보험사 아비바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있다. 아비바는 앱을 통해 그의 차량 습관을 분석한 뒤 평소 운전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소개된 사례다.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의미를 찾는 빅데이터 기술이 보험업에 적용되면서 보험료가 낮아지고 있다. 일단은 미래 리스크를 좀 더 예상하기 쉬운 손해보험 분야에 적용되고 있지만 생명보험 분야까지 확대되면서 보험업계 간 빅데이터 활용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보 제공하면 보험료 할인

지난해 유럽에서는 456만건의 보험계약이 고객의 빅데이터 정보 제공을 전제로 이뤄졌다. 2012년 190만건이었던 수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최대 손해보험사 제네랄리는 보험계약의 3분의 1에 빅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FT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탈리아의 보험 사기율을 낮추는 데 빅데이터가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해보험사들은 보일러와 실내에 온도측정 센서를 설치해 보험 계약자가 화재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살피고 있다. 캐나다 손해보험사 올스테이트는 실내 연기와 누수를 원격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하는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25% 할인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생명보험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생명보험사 디스커버리는 ‘바이털리티’라는 앱을 내놨다. 건강검진과 식사, 운동 정보를 입력하면 그만큼 포인트가 쌓여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푸르덴셜과 AIA 등 글로벌 보험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보험계약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사 프톨레무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각각 1.6%인 북미와 유럽의 ‘빅데이터 보험’ 비중은 2018년 북미는 7%, 유럽은 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보험사들은 빅데이터 보험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마리오 그레코 제네랄리 최고경영자(CEO)는 “차량 보험료를 적게 내고 싶으면 보다 안전하게 운전하면 된다는 점에서 빅데이터 보험은 고객의 운전 습관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크기나 앓고 있는 지병에 따라 일괄적으로 보험 적용 여부와 보험료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올라이프는 개인 진료정보 제공을 조건으로 기존에는 보험 계약을 맺을 수 없었던 당뇨병 환자에게도 생명보험과 장애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개인적인 정보 제공을 요구하면서 사생활 침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FT는 “보험사가 어느 정보까지 계약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보험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상품의 이점을 계속 증명해 소비자 및 규제당국과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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